끼익.끼익.끼이익.
나의 좁은 방에서 나는 소리다.
문이 낡은 것도 아니고 창문을 열어놓은 것도 아니다.
이소리는 화장실에 있는 전기온수기 소리다.
6평 남짓한 이 좁은 방에 난방 시설은 없다.
온수는 이 충전식 전기온수기를 이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
바닥도 전기패널로 되어있고, 가스도 인덕션으로 전기레인지다.
충전식 전기온수기가 따뜻하지 않냐고?
전혀, 기다림의 미학만 가진다면 펄펄 끓는 물에 샤워를 할 수 있다.
기다림의 미학. 샤워를 하려면 30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
밖이 찬바람 쌩썡불고 방에 들어와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싶을 때
차디찬 바닥에 발을 딛고 30분 기다리면 된다.
늦잠을 자거나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도
30분만 기다리면 된다.
나에게도 따뜻한 가족이 머무는 집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내:일을 해보겠다고 서울에 올라와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6월 30일
효창동에 있는 한 공방으로 전투복에 전자기타를 메고 찾아간다.
내가 선택한 길은 원목가구를 만드는 목수다.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전공이 가구학과도 아니다.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오고 4년제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선택한 직업은 목수이다.
다들 뜬금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집에서는 어이가 없어한다.
백번 양보해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하니 찬성인데 왜 하필 서울에 올라가서 고생을 하냐는 것이다.
나는 부산에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고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다.
2년 반 동안 머리털 나고 나에겐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북쪽으로 제일 많이 올라온 곳에서 군복무를 했다.
물론, 최북단은 아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자라 온 아이는 처음으로 두꺼운 비싼 패딩잠바를 산 곳이며,
눈을 오지게 맞으며 내 집 앞에 눈은 스스로 치우게 만든 곳이다.
아무튼, 내가 걸어온 길과 상관없는 원목가구를 만드는 목수의 길을 내:일로 생각하고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