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밤, 우리는 폴딩 카트에 간단히 짐을 싣고 떠날 채비를 했다.
캠핑 의자 두 개와, 장작 몇 개, 미니 화로, 두툼한 외투를 카트에 실었다.
저녁에 출발해서, 다시 밤에 돌아오는 짧은 캠핑.
서해 쪽에 불멍이 가능한 곳이 있어서 불멍을 하고 두세 시간만 있다 돌아오는 게 목적이었다.
타는 장작을 보며 길어야 두어 시간 남짓 되는 힐링을 하러 왕복 3시간을 달리는 우리.
여섯 시 반쯤 출발했을까. 서해로 가는 게 신의 한 수였다.
달리는 도로 앞 저 먼 곳에는 파스텔로 그린 듯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눈썹달이 떠서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지는 해를 따라서 달려가는 것 같았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달려온 길은 이미 캄캄한 밤이었다.
점점 사라져 가는 붉은빛을 붙잡는 듯 달려갔다.
크고 선명했던 눈썹달이 우리를 마중 나와 가야 할 길로 인도해주고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선 반짝이는 가로등은 마치 호위를 해주는 듯 든든했다.
짧은 찰나에 감상에 젖는다. 재빨리 메모장을 켜 메모한다.
빨리 적느라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틀리지만,
이 순간의 감상과 기억은 지금 적어두지 않으면 금세 날아가 버릴 게 분명하다.
꼭 '인생' 같다.
내가 걸어온 길은 캄캄한 밤이 되어 암흑 속으로 사라졌고,
나는 나이가 들어 저물어가지만 계속해서 희망의 빛을 붙잡고 달려간다.
저만치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달은, 묵묵히 그러나 영원히 내 옆을 지켜주시는 부모님일까.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내 주위를 공전하며 언제나 존재하는 것.
캠핑장에 도착해서 화로를 켜고 장작을 태운다.
장작 타는 냄새도, 소리도, 불꽃도 좋다.
그간의 잡념과 고민, 불안도 장작과 함께 활활 타서는
연기처럼 폴폴 날아가는 것 같다.
불꽃이 서서히 작아진다.
다 타버려 더 이상 불꽃을 피우지 못하는 부서진 나뭇조각들 속에서
아직 불이 남아 빨갛게 일렁인다.
툭툭 건드릴수록 더 힘차게 일렁이는 붉은빛이
'난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 하는 것 같다.
붉은빛은 오래도록 꺼지지 않고 뜨겁게 온기를 내뿜었다.
나도, 끝까지 뜨겁게 일렁이며 살고 싶다.
타는 노을처럼, 타는 장작처럼.
Copyright 2017. LIHA all rights reserved.
#가글 #가벼운글쓰기 #가벼운글쓰기모임 #자라는사람들 #글쓰기 #리하
#다음브런치 #브런치 #리하브런치 #시선기록 #기록 #일상 #일기 #생각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