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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 Nov 07. 2020

시선기록 #6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야


먹어도 먹어도 배가 차지 않을 때가 있어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데도 이상하게 배부르지가 않더라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을 참지 않고 먹었어

이런 게,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더라.

마음이 허해서 그렇대, 마음이. 

진짜 허기가 아니라 마음의 허기였던 거지.

내가 먹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내 스트레스가 먹는 거였지.

아. 그거 알아? 이럴 때 편의점이나 마트 가면 진짜 위험하다

평소엔 고민하며 담지 않았던 것들, 그냥 다 담아버리게 되거든

제어 능력도 떨어지고, 이성도 떨어지고, 스스로가 컨트롤이 잘 안돼.


내가 얼마 전에 드라마 청춘기록을 봤어 

거기서 해나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엄마에게 복수하겠다면서,

돼지가 되겠다고 아이스크림을 막 먹더라고

그때 하희라 배우가 맡은 혜준이 엄마가 하는 말이,

너는 엄마를 너 자신처럼 사랑하는구나. 그래서 너 스스로를 괴롭히는 거야.  

라고 했던가? 이런 식의 대사를 하는데 너무 공감이 가는 거야.


상대가 내게 그만큼 소중하고 또 사랑하니까 그만큼 힘들어하는 거지.

내가 힘들어지면 상대가 그걸 보고 다시 힘들어 하기를 바랐던 걸까?

내가 힘든 걸 보여주면, 상대가 날 보아주고 손잡아 주길 바랐던 걸까?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툼이 생겼을 때 가장 힘들고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무언가 망가져 버리고 싶단 생각에 

스스로에게 해로운 일을 하며 자기관리를 포기할 때가 있거든.

매운 걸 잔뜩 먹고 건강을 해치고, 슬픔과 상실 화에 빠져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시간도 버렸지.


근데 드라마를 보며 제3자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힘들다고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망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더라.

너무 당연한데,  정말 바보 같은 짓인데, 나는 이 바보 같은 짓을 지금까지 해왔어. 

근데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나만 손해잖아. 내 건강만 해치는 거잖아. 

그런다고 해서 힘들어지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니까.


Anders Jildén / unsplash


나는 나고, 

나는 다른 누구보다도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그걸 자꾸 잊어버리나 봐.



건강하게 잠시만 힘들었다가, 다시 빠져나올 수는 없을까?

스스로 힘들다는 상태를 자각하고 깨달으려고 노력하고 

더 깊은 웅덩이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구해주면 어떨까.

상대방이 나를 구해준다는 보장도 없더라고. 나는 결국 내가 챙겨야 하더라.




다른 누군가 때문에 나 자신을 괴롭히고 망치지 말자 우리.

그럴 시간에 차라리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서 내가 겪는 감정을 해결해보자.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나는 이제부터 한번 해보려고.

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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