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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Jun 04. 2017

영원한 것은 없다 생각하지는 말아요

안녕, 언니네이발관

어떤 이들의 노래는 살아내는 것과 살아지는 것, 그 사이에 있는 것만 같다. 그들의 노래를 들을 때면 좀 더 간절히 살아내고 싶어지기도 했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채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아지고 싶기도 했다. 인생이 명쾌한 답일 순 없을 거라고, 그건 당연한 거라고, 말하는 그들의 한마디로 이 지루하고 긴 일상이 조금은 견뎌지곤 했다.  


지난 몇 년 간 그들이 준비하는 마지막을 지켜봤다. 그의 일기를 훔쳐보고 그의 일상을 들춰보고, 그곳에서 마지막 앨범의 실마리를 찾아내려 애썼다. 그가 마지막을 얘기했을 때, 멋있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라 말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말라, 흥- 콧방귀를 껴대었지만 늘 불안했다. 어느새 난, 그들의 음악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6월 1일 언니네이발관 신보가 나왔다. 6집은 시작과 동시에 끝이었다. 우린 그걸 알았고, 그래서 많이 슬펐다. 끝의 유예를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아직 젊고,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이렇게도 좋은데. 때론 변하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 있다는 걸 나는 조금 더 긍정하고 싶은데.


음원이 발매된 날,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그들의 마지막 앨범을 들었다. 덜컹이는 차체 소리를 뒤로 하고, 귀에 이어폰을 꽂아 넣었다. 눈을 꾸욱 감았다.  


나이, 추억, 그 모든 꿈들. 그저 다 모두 다 그래. 그래. 그래. 말하고 싶어. 모든 것이 내 잘못은 아니라고. 원하고 있어 그대에게 내 마음이 전해지길. 노래. 언젠간 끝내야 하지만 아직 나는 여기 서 있네.


이 사람 진짜구나. 마지막을 아주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구나. 그건 단순히 3분짜리 신곡이 아니었다. 9년,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응축한, 모든 시간을 짜내고, 뭉쳐낸 시간의 흔적이었다. 노래를 들으며 울고, 또 울었다.


그들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당신들의 말처럼 삶이 ‘울면서 달리기’라면, 우리 기꺼이 울면서 달리자고, 나의 인생 절반을 차지할 만큼 좋은 음악 해주어 고맙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마지막을 인정하고 나니 기어코 고하는 그들의 마지막 안녕에 떨구었던 손바닥을 곧게 펴내고- 아주아주 아름답게, 배웅하고 싶어졌다. 난 아직 여기에 있으니 언제든 다녀오라고 말이다. 


그래 언젠가 끝나고 말겠지. 그래도 난 아직 여기에 너와 함께. 어디서나 언제까지나. 우리 함께 계속 노래해.


이발관 안녕. 영원한 것은 없다 생각하지는 말아요. 우리 기억속에 남은 순간을 믿어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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