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을 비판하고 불평하는 것은 쉽다.
조선일보의 "청년 창업? 자기들은 안정된 직장 다니면서 왜 자꾸 남들한테 창업하라 하나?"라는 칼럼을 읽고 든 생각을 짧게 적어본다.
이 칼럼의 요지는 청년창업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모두 안정된 직장에 다니면서 청년들을 최면에 걸어서 거짓 꿈을 심어 창업이라는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것 같다. 대기업을 때리고 중소기업을 탄탄히 하면 되는 그런 쉬운 문제가 있는데 대기업 때리기 어려우니 창업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로 해석되기도 한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 칼럼보다 최재홍 교수님의 말씀에 더욱 공감이 간다.
최재홍 교수님의 말씀대로 창업 말고는 대안이 없다. 대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던 우리나라의 과거 경제부흥 전략은 분명히 당시에는 유효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제품을 애국 마케팅으로 사들여 내수시장을 폐쇄적으로 만든 것 또한 유효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대기업은 너무 커져버렸고 국민 모두의 삶을 그들이 맡기엔 버겁다. 창업을 강요한다고 욕하기 전에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인지 대안이 필요하다. 서울대 나온 사람도 들어갈만한 매력적인 중소기업을 만들라고 하는 건, 과거의 대기업 키우기 전략처럼 기업 몸집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키워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화 되면 어차피 이 문제는 또다시 반복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창직이고, 기존의 고용구조와 산업구조를 완전히 재편성하고 새로 조립하여 버티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경제라는 것이 단 한순간도 유토피아인 적이 없는 것 같다. 당시에는 늘 힘들다. 태평성대한 시기가 있던 것 같아도 늘 소외계층과 빈곤계층은 고통받고 있어왔다. 그래서 나는 창업을 부추기는 국가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힘든 이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스타트업 또한 내수 기반의 커머스나 온디맨드 서비스 창업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결국 스타트업끼리 시장을 나눠먹다 지치거나, 대기업이 뛰어들어 위기가 오기도 한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여러 번 거론하는 이유는 지금 창업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미 있는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와 싸우기로 작정하고 태어나는 셈인데, 그 싸움의 대상 또한 스타트업이다. 아니면, 대기업이나 법적 규제와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애기가 태어나자마자 애기 끼리 싸우거나, 어른이랑 싸우거나 둘 다 웃긴 상황이다. 애기는 태어났으면 걸음마를 배우고 말을 배우고 차근차근 커가고 학습하면서 어른이 되어가야 하는데 말이다. 웃긴 예시인지도 모르겠다.
요식업같이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창업이 아니라 인터넷 사업이라면 외화를 끌어들여 자본구조를 국내로 국한 짓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우 어렵겠지만 그것을 성공시키는 아주 뛰어나고 운도 좋은 한두 명의 사람이 우리나라의 시장지배 구조를 재편성하게 될 것 같다. 과거 정주영이 그랬듯, 전설적인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국가정책을 보면 이런 기업을 만들기 위해 양치기로 기업수를 늘려보는 것 같은데, 그것도 나쁜 전략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양으로 승부해서 전설적인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전략 같다) 단순하게 대기업을 때린다고 우리나라에 평화가 오고 경제가 풍요로워 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미 대기업에 직접 일하거나 간접적으로 일하는 수많은 가장들이 가정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을 악마로 규정하면 우리 사회는 병들게 된다.
성장하고 있는 해외 국가의 자본을 끌어들여 지금 정체된 시장지배구조의 탄력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말 어려운 일인데, 지금 창업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막대한 부담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평과 불만을 하다가 무심코 돌아보면 그것 또한 내가 돈을 벌고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개인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불평은 무의미해 보인다.
사실 옛날에는 창업하면 매일매일 동기부여 넘치는 사람들과 인사이트 넘치는 토론을 하며 매일 부끄러움을 느끼고 매일 나 자신과 싸우는 경험을 할 줄 알았는데, 요즘은 조금 아닌 것 같다. 비판적인 이야기가 너무 넘치고 새로 태어나는 사업들의 카테고리는 정형화되어 있고, 인터뷰 내용도 다 비슷비슷하고 정말 사업을 잘 하고 있다고 믿던 사람들도 정치, 사회 문제에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블로그를 쓰기가 조심스러워지는 이유도, 내가 이런 기조에 대한 비판의 글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나 조차도 비판만 하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힘을 얻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되는데 나 자신도 비판만 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