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긱 워커의 기쁨과 슬픔

by 새별

책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를 보면 긱 경제 대한 내용이 나온다. 긱 경제는 일자리가 아닌 일감을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계약을 맺고 움직이는 경제 모델을 말한다. 책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고스트 워커 등 긱 경제 모델 속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법에 의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1인 자영업자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겉으로는 독립 사업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특정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

‘알고리즘에 의해 끊임없이 업무를 조종당하고 평가받으며 다른 노동자들과의 경쟁에 내몰린다.’


나는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고 있고 1인 기업 대표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비추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 노마드는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든 직업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나의 경우 검색 순위에서 떨어질까, 평판이 나빠질까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네이버나 구글이 알고리즘을 바꾸어서 더 이상 콘텐츠가 상위에 노출되지 않고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려 더 이상 찾지 않으면 그 길로 사업을 접어야 한다. 나는 4대 보험의 보호도 받고 있지 못한데, 직원을 채용하거나 타 회사에 채용되지 않는 이상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만 가입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는 지역가입자로 가입되어 직장가입자에 비해 비싼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사람을 채용하면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사업이 그만큼 규모가 커졌을 때의 가능한 일이다. 직원을 채용해 월급을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실무 교육도 해야 하고 사무실도 있어야 한다. IT기술이 발달하여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코로나19 여파로 몸집이 큰 대기업, 혹은 작아서 대처가 가능한 소기업 또는 1인 프리랜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재 기업 시장구조 속에서 제도가 현실을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취업난으로 창업을 독려하지만 지원해주는 분야가 제한적이다. 스마트폰 앱 개발로 창업을 하는 경우 등에 한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과연 앱 개발을 해서 회사가 얼마나 오래 존속할 수 있을까? 괜찮은 앱이면 대기업에서 카피하기도 하고, 그 기업을 사서 합병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유효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창업 지원 공고문을 읽어보면 ‘이런 게 요즘 이런 산업이 유행이라더라, 대세라더라 그러니까 그런 산업에 투자하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위에서 지시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현재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흐름조차 읽지 못한 상태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10,000원이라도 장사로 벌어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현실을 모르나 싶기도 하고. 결국엔 각자도생을 하라는 말인가? 시장 경제 속에서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냉정한 목소리로 들린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서민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살든지 말든지 정책을 만드는 이들은 관심이 없단 생각마저 든다. 본인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고 일하면서 말이다. 어설픈 관심은 무관심보다 더 나쁘다는 생각도 들고.


결과적으로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프리랜서, 1인 기업 대표, 혹은 나보다 앞서 길을 만들어 수익을 내고 있는 사람들.


본인이 입 밖으로 낸 것이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알지도 못한 채, 무책임하게 정책을 남발하는 일이 얼마나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 그들은 모를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책임할까? 나만 아니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 이렇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는지.


정책 실무자 중에서는 자기 일처럼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이런 정책이 있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런 사람들은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현실 속에 ‘나는 어떤 사회 구성원이 될 것이고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내가 회사를 만든 이유는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도 먹고사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내가 직접 선례가 되어서 이렇게도 돈 버는 방법이 있고, 먹고살 수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말이다. 원래는 나라에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나는 사회적 기업 운영하는 사람도 아니고,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내가 당한 설움을 생각하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중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중학교 1학년 때, 왜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엄마가 그랬다. “내가 아는 대한민국은 공부를 못하면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을 정말 무시해! 네가 아마 공부를 안 해도 된다고 말하려면 공부를 다 해보고 좋은 대학을 나온 뒤에 이게 아니라고 말해야 할 거야.” 엄마의 말은 맞았다. 나는 남들이 들으면 아는 명문 대학을 나왔는데, 애들한테 꼭 공부가 답이 아니라고도 말하고 싶고, 직업의 폭이 넓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자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쉽게 사람을 판단하기 위해서 만든 이름표 같은 거니까, 그것에 구애받지 말라고. 그리고 사회가 그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계급장이니 직책이니 학력이니 뭐니 다 떼고 온전히 그 사람을 보려고 하는 것이 올바른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 사람들에게 어느 대학교를 나왔냐고 묻기보다 무엇을 전공했는지 묻고, 그 사람의 연봉과 직업을 묻기 전에 왜 그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이유를 묻고.


책을 읽으며 내가 처한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지만,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마음고생을 안 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돈을 아주 많이 벌고 싶거나 혼자만의 성공을 바라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남이사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쓰는 사람들은 돈을 못 벌었으면 좋겠건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슬프다. 그것까지 내가 바꿀 수는 없으니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