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네 하면서 일하면 생기는 일
며칠 전 예기치 못한 몸살로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부득이하게 협력업체에 일정 조율을 요청드렸다. 컨디션 하나 관리 제대로 하지 못한 게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일주일 동안 얼마만큼의 업무량을 소화할 수 있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동차는 과속을 하거나 주변에 있는 차량과 거리가 가까우면 '삐삐' 소리가 나는데 혼자 일하다 보니 내가 과부하에 걸린 건지 아닌지 알려줄 사람이 없었다. 몸살이 일종의 '삐삐' 역할을 해준 셈.
덕분에 '이럴 땐 이렇게' 매뉴얼에 항목이 추가되었다. 이렇게 일이 많을 땐 처음부터 마감일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는 것.
1인 기업으로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올지 모른다면서 다 수락하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다 보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앞으로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아는 것이 스케줄 관리와 조절 능력에 도움이 되진 않을까 싶어 TCI 기질/성격 검사를 받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극 추구 성향은 강하면서 위험 회피는 낮아서 선을 제대로 긋지 못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몰리게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몸살이 나기 전에도 이번 달에 바쁜 일만 지나가면 도대체 한 달에 내가 얼마나 많은 업무량을 소화할 수 있는지를 측정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바쁜 일만 지나가면'이라는 때가 오지를 않고 계속 미뤄지고 있었던 것. (웃음)
일일 업무일지를 별도 양식에 따라 관리하고 일주일 단위, 한 달 단위로도 관리를 하지만 기획이나 창작 업무는 소요 시간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상대적으로 강의는 소요 시간을 측정할 수가 있는데 강의는 끝나고 나서도 반드시 휴식 시간을 요하는 업무여서 앞뒤로 들어가는 시간이 꽤 많았다. 그러니까 2시간 강의를 한다고 해도 그날 하루는 거의 업무를 못한다고 봐야 한다. 사람에 따라 성향 차이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PPT 템플릿은 하루 종일 만들 수 있어도 강의는 한 번이라도 하고 나면 지친다. 강의를 하면 보람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몸이 얼마나 피곤한 지 몰랐는데, 온몸에 긴장을 하고 있다가 풀리는 형식이어서 꽤나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업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으로 업무 스케줄 짤 때에는 '업무 강도'도 따져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몸살이 나서 누워있는 동안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운전을 할 때 앞차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처럼 일을 할 때에도 적정 수준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번 몸살.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오늘 에너지를 전부 소모했을 때는 '오늘은 재료 소진으로 쉽니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도 일을 잘하려면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을 또 이렇게 배운다. 나라는 사람은 많이 안다고 생각해도 여전히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더 모르겠고. 이런 나를 필요로 하고 기다려주고 받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일은 못하겠다고 말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삐삐- 과부하입니다. 그만 일하세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