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딴짓한다고 큰일 나지 않아요
일하다 보면 이따금씩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마다 내가 처음에 회사를 만든 목적을 읽어보곤 한다. '내가 취업준비생일 때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이런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모든 사람이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사회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뭐라고 이런 큰 꿈을 안고 일하는 것일까? 나는 나를 너무 크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오늘 일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어서 즉, 휴식이 필요해서 그럴 때도 있다. 그럴 땐 새로운 것을 접하기 위해 어디론가 가야만 한다. 전시회가 됐든 서점이 됐든 편집숍이 됐든 새로 생긴 카페가 됐든.
사실 쉬면 쉬는 대로 죄책감도 느낀다. 그래도 쉬어야 한다. 어차피 죄책감이 나를 업무와 관련된 휴식으로 이끌어줄 테니까. 내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책을 읽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하면서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지 정하는 것도 어렵다. 혼자 일한다는 건 그런 어려움이 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어려움,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어려움.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조직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의 어려움, 내 삶과 일 사이에서 균형 잡으면서 생기는 마찰, 나에게 직면한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 나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하면서 벽을 만나 자연스럽게 어려움을 느끼는 것뿐인데, 왜 '이 짓을 왜 하고 있을까?'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일까.
그래서 그럴 땐 '멍 때리는 시간'을 준다. 나 자신에게 '합리적 딴짓'을 해도 된다고 말해준다. 내 눈에 보이는 것들 중에 어떤 것에 더 시선이 가고 좋아하는 지를 파악하다 보면, 현재 내가 당면한 문제 중에 무엇을 어려워하는 지를 찾을 수 있을 터이니.
도망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잠시 그 문제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가까워서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게 될 것이다.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보이는 게 있고, 멀리 보면 멀리 보이는 대로 보이는 게 있는 법. 내가 고정 초점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놀면 안 될 것만 같아서 사람들이 챙겨보는 드라마도 잘 안 보고, 영화도 잘 안 보는데. 그런 것들도 다시 보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