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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Dec 19. 2022

33살로 사는 시간이 길어진다

 내년 6월부터 만 나이가 도입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나는 33살인데, 내년에 잠깐 34살이 되었다가 6월부터 다시 33살이 되기 때문에 33살로 사는 시간은 2년이 될 예정이다. 만 나이 도입은 화성의 역행처럼 오묘한 기분이 든다.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하는 길로 돌아온 느낌도 있다. 


 요즘 들어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나 자신을 보며 이런 게 '나이 듦'인가 보다를 실감하고 있다. 어떤 것도 아주 끌리는 것이 없는 애매한 마음 상태가 처음에는 번아웃인 줄 알았다. 그래서 잠시 쉬었는데, 예전만큼의 의욕은 없지만 여전히 뭔가를 꾸준히 해내는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번아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불면증이나 우울감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건 나이 듦에 가까운 듯하다.


 20대 시절은 어떤 선택을 해도 모두 경험으로 남는다는 말을 주변에서 계속해서 들었기 때문에 도전에 큰 망설임이 없었다. 30대가 되면 주변 환경이 다소 달라진다. 30대가 되면 '자리를 잡으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다. 친구들 중에는 결혼하는 사람, 아이를 낳는 사람, 집을 사는 사람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나이에 따른 기회의 제약도 조금씩 생겨난다. 이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할 때 신중하게 생각을 하게 되고 지금 하는 선택에 따라서 미래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20대보다는 많이 갖게 된다. 


 사실 다른 친구들은 20대 시절에도 어떤 선택을 할 때 상당히 신중하게 고민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동안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삶을 살았던 걸지도 모른다. 요즘은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이 다음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느라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울 때가 많다. 퍼즐 조각은 많은 것 같은데 맞추기는 어려운 느낌이랄까.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과 원하는 일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워서 다소 미지근한 느낌으로 하루를 산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에게 요즘 나의 상태를 말했더니 그동안 에너지가 너무 많았던 건 아니냐고 되물었다. 다른 이들은 에너지를 60 쓸 동안 혼자 120을 쓴 건 아니냐고, 좀 느긋해져도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 그런가, 나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계속 방황하는 사람으로 느껴져서 그런지 뭔가 끌리는 것을 찾아내야 할 것만 같다. 찾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저 살아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내가 항상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나의 변화에 내가 적응해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경험한 것들이 달라져서 내가 바뀐 것일 수도 있으니까. 예전처럼 조급하게 빨리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어떠한 이유로 변화가 찾아온 것인지 파악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겠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타인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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