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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Feb 03. 2023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을 거야

집에 가고 싶다의 속뜻

 가끔 집에 있으면서도 혼잣말로 "집에 가고 싶다"라고 말할 때가 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엄마가 보고 싶은 걸까? 최근에서야 '집에 가고 싶다'는 의미의 참뜻을 알게 되었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무로 돌아가라'의 의미였던 것이다. 잠시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 "집에 가고 싶다"라고 말하고 있더라.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내뱉는 말이었던 것.


 아마도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이런 말을 내뱉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했던 실수나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고 그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으니까 '집에 가고 싶다'는 말로 방어 기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있을 텐데도,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존재하지도 않는 어딘가와 어떤 순간을 무척 그리워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느낌이다. 현실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안식처가 필요하다고나 할까? 일정 에너지를 소비한 뒤에는 혼자 동굴에 있는 게 마음이 참 편하다. 이럴 때 보면 나는 영락없는 내향형 인간인 것 같은데 심리 검사는 경계를 오가는 것으로 나온다. 그건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뭔가를 해달라는 신호를 보내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복잡하고 알기 어려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에 빠지기도 하고 노래를 듣다 화자 속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진짜 내 마음을 마주하는 날은 스스로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고 종종 노래를 듣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우울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생각과 하나의 감정으로 나의 전부를 규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과정 속에서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받아들이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게 된다.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허무할 정도로 쉽게 힘들었던 것들을 잊어버리기도 하더라. 


 집에 있으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잠시 스위치를 끄고 싶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는 좀 더 나은 나를 보고 싶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만큼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을 때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 말이니까. 표면 상의 의미에 속지 말아야지.


전에는 정말 집에 가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는데 이면의 의미를 고찰할 정도까지 왔다는 건 살얼음처럼 얇고 깨지기 쉬웠던 내 마음이 그래도 조금은 단단해졌다는 증표일지도 모른다. 역시 계속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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