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라는 말이 주는 두근거림에 섞인 마음들을 생각해본다.
덥고 습한 여름이 끝났다는 선언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기대
트렌치코트를 입을 수 있다는 기쁨
언제나 즐겁게 산책할 수 있다는 즐거움
며칠 전부터 눈부신 하늘에 수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다.
경복궁 건물들의 기와 너머로 보이는 넓고 환한 하늘,
도서관 옥상 위로 떠오르는 눈부신 맑음,
아직 파란 나뭇잎들 사이로 밀려드는 파랑
매년 반가워하고, 매년 눈에 담는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만났을 텐데 가을이 오는 시간은 왜 이리 반가운지 모르겠다.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더 반갑고 소중하다.
더위도 추위도 매번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는 와중에
가을은 그 사이에서 찰나처럼 사라져 버리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웃음 나는 계절이 점점 짧아진다는 게 슬프다.
지금 내가 서있는 시간이 내 인생에 있어 가을 같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힘껏 달려왔던 여름 같은 시간과 앞으로도 험난하게 지나가야 할 겨울 같은 시간을 앞두고
학생이라는 역할을 맡아 실컷 산책하고, 생각하고, 매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찰나의 시간
벌써 1년 하고도 1개월을 지나쳐왔고, 겨우 11개월이 남았다.
점점 남은 시간을 셀 손가락이 줄어들겠지만
이 가을을 닮은 시간을 감사해하며 후회 없이 살아내야지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