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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츤츤 Dec 04. 2022

뛰지 말고 천천히

그래도팜 팝업 방문기

성수동 프로젝트 R 에서 그래도팜이 팝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팜은 유기농 토마토를 브랜딩 해서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브랜드 디자이너를 하던 아들이 귀농해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흙에 대한 진심을, 토마토를 브랜딩 해서 알린 곳이기도 하다.

꽤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농업 박람회에 가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좀 더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귀농을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정보도 얻고 책도 읽어보았는데

그중에 읽었던 책 중에 바로 그 디자이너 아들인 원승현 님의 책이 있었다.

책을 읽고는 뭔가 속 시원한 답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래 이거야, 이렇게 해야 해' 그런 생각.



그래서 그래도 팜이 팝업을 한다는 소식에 무척 반가웠다.

한달음에 달려가서 책에서만 보던, 홈페이지에서 예약판매도 모두 품절이 되어있던 에어룸 토마토를 영접했다. 정말 다채로운 토마토가 많다는 것, 그 맛도 향도 다 다르다는 것을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는 원물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면 시식을 해볼 수 있었다. 나는 이미 팔로우를 해놓고 있었던 터라 토마토와 함께 맥주도 마셔볼 수 있었다. 토마토 맥주는 새콤하고 살짝 신맛도 났는데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올리브가 올라간 빵과 함께 먹으면 참 맛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팝업을 위해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여 다채롭게 준비한 굿즈들과 함께 작지만 알찬 공간을 살펴보고 있으니 전시장 곳곳에 신경을 쓴 티가 났다. 누가 봐도 토마토라는 느낌이 드는 메인 컬러에 토마토와 굿즈들의 색감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한 색상 배치와 전시대, 조명 그리고 나름 농업현장에서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카트 모양의 전시대까지. 역시 브랜딩과 브랜드는 하나의 목소리를 담고 있어야 하는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그렇게 전시장도 즐기고 토마토도 맛보는 사이에 원승현 농부님도 만나 뵐 수 있었고 소중한 대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진심 어린 조언도 해주셨다. 바로 처음부터 뛰어들기보다는 재배기술을 잘 연마하고 급하면 망하기 십상이니 천천히 하나하나 해 나가라고. 원승현 농부님의 아버님께서는 10년을 배워야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다고 얘기하셨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건 너무 길고 대표님은 잘 배우면 3년 안에 그래도 웬만큼은 가능할 거라고 했다. 그래도 이제 농사 8년 차가 되어보니 이제 그 얘기가 무슨 얘긴지 알 것 같다고 하셨다. 그만큼 농사는 1년에 많아야 두 번 밖에 할 수 없으니 기술이 쌓이기 힘들 수밖에 없으니 진심으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도 들려주셨다. 그래도 팜의 가치와 함께하며 땅과 자연에 진심인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은 종자와 제품을 늘려서 브랜드를 더 키우고 싶다고 말이다. 역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 연대해야 더 좋은, 더 많은,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순간, 영월에 가서 흙과 재배기술에 대해 배우고 함께 브랜드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나도 내 나름대로의 생각과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보니 쉽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는 없었다. 급한 마음은 내려놓고 차근차근 나의 실력과 브랜드에 집중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인연이 닿을 일이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잠깐이었지만 깊고 좋은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에어룸 토마토 꾸러미와 토마토향 디퓨저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먹은 가지각색의 토마토는 정말 예쁘기도 하고 맛도 좋았다. 무엇보다 특유의 향이 참 좋았고 과일 자체가 무척 건강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아니 토마토니까 채소인가?ㅎㅎ



아 그러고 보니 명함은 받았지만 기념사진을 깜빡하고 안 찍었다. 아쉽지만 다음에 또 만날 그때를 기다려야겠다. 다음에는 귀농을 준비하는 신분이 아닌 어엿한 농부로서, 브랜딩을 열심히 잘하고 있는 멋진 농부로 만날 수 있기를. 그때까지 열심히!!


그래서 성수역에는 오래된 안내 표지판이 붙어있나 보다ㅋㅋ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어야지.

뛰. 지. 맙. 시. 다







https://www.instagram.com/farm_neverthe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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