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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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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Oct 17. 2023

바람의 실타래







아름다운 이야기에

손가락에 얼기설기 설킨

한 줌의 미련을 채워놓는다




그 이야기엔

꿈을 꾸는 사람이 있었고

덩어리째 넘겨버린 과거가 있었으며

세 번째로 내쉬는 한숨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은 보통

씌여지고

바래지고

낡아가다 한 줌의 모습을 하고는

바람에 섞여 증발해버리곤 한다




미묘한 알갱이가 있는 바람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흐르듯

슬슬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그동안 바람이 흘려버린 이야기는

포슬포슬 먼지처럼 쌓여간다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간에




그 먼지를 모아다 실을 짜낸다

반짝이는 실타래가 손에 그냥 쥐어진다

나는 그 실로 글을 짜낸다

이야기가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그러니 어찌 미련을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눈을 감지 않을 수 있을까

애틋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늘 같은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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