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낀 바닥을
조곤조곤 딛고서서는
주인 없을 물기로
자작히 흰 신발끝을 적셔낸다
그 신발 앞코 언저리에는
식어버린 물의 무게,
바스러지던 새벽공기가
주위를 감싸고돌아
말단의 피를
되직하게 만든다
아쉬운 것들이
서서히 굳어가고
흘러간다는 것들이
아스라이 느껴지는
찬 피부껍대기에서는
손끝에 봄 나비처럼 내려앉은 자비도
동공에 오래된 얼룩처럼 묻어나는 햇살도
그 긴 긴 기억들을
끝내 삼가 낸다
발가락을 한껏 오므려도 보고
에이는 발톱을 잡아당겨도 보고
마디를 망치로 두들겨 끊어내려고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건
그냥 그런 것인 거라
마침내 미지근한 기억과
날이 선 차가움이 공존하게 되었다
마치 기름과 물이 나뉘지 않고 한대 섞인 것 같이.
그러니 숨 한 줌을 달그림자에 얹어낸다
오늘 밤은 유달시리 차갑지도,
시리지도 않을 것임을 알고 있어서다
다만 샛별이 금방 그리워질 건
어쩌지 못할 테지
그건 머무른다는 이유 하나를
적당히 떨치지는 않을 거라 그렇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