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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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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Feb 11. 2024

공존





살얼음 낀 바닥을

조곤조곤 딛고서서는

주인 없을 물기로

자작히 흰 신발끝을 적셔낸다




그 신발 앞코 언저리에

식어버린 물의 무게,

바스러지던 새벽공기가

주위를 감싸고돌아

말단의 피를

되직하게 만든다




아쉬운 것들이

서서히 굳어가고

흘러간다는 것들이

아스라이 느껴지는

피부껍대기에서는




손끝에 봄 나비처럼 내려앉은 자비도

동공에 오래된 얼룩처럼 묻어나는 햇살도

그 긴 긴 기억들을

끝내 삼가 낸다




발가락을 한껏 오므려도 보고

에이발톱을 잡아당겨도 보고

마디를 망치로 두들겨 끊어내려고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건

그냥 그런 것인 거라

마침내 미지근한 기억

날이 선 차가움이 공존하게 되었다

마치 기름과 물이 나뉘지 않고 한대 섞인 것 같이.




그러니 숨 한 줌을 달그림자에 얹어낸다

오늘 밤은 유달시리 차갑지도,

시리지도 않을 것임을 알고 있어서다

다만 샛별이 금방 그리워질 건

어쩌지 못할 테지

그건 머무른다는 이유 하나를

적당히 떨치지는 않을 거라 그렇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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