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틈만 뱉어내어 구겨진 목소리가
초저녁 아스라이 밀려든 어둠에 덮여
그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
찾지 않는,
혹은 찾아 헤매는
그런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마치 한 번도 서운한 적이 없었던 듯하다
얇은 어둠을 덮어쓰고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눈을 깨끗이 모아
엉성한 눈물을 게워내는 것
모두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일부, 혹은 전부를 잃어버릴 운명을 타고 태어난
그런 보통의 이유로
하얗게 질려버린 속죄를 인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킨 이야기들이 만개하여 두 눈을 사로잡는데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이 주렁주렁 맺힌 눈동자는
과거를 더듬으며 살아간다
과거를 훔치며 살아간다
나는 매끈하고 비린 눈으로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오늘을 놓을 수 있겠다는, 그런 거짓말을 약조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