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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Oct 29. 2024

거짓말




반틈만 뱉어내어 구겨진 목소리

초저녁 아스라이 밀려든 어둠에 덮여   

그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


찾지 않는,

혹은 찾아 헤매는

그런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마치 한 번도 서운한 적이 없었던 듯하다


얇은 어둠을 덮어쓰고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눈을 깨끗이 모아

엉성한 눈물을 게워내는 것


모두 영원할 수는 없다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없는

일부, 혹은 전부를 잃어버릴 운명을 타고 태어난 

그런 보통의 이유로

하얗게 질려버린 속죄를 인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킨 이야기들이 만개하여 두 눈을 사로잡는데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이 주렁주렁 맺힌 눈동자는

과거를 더듬으며 살아간다

과거를 훔치며 살아간다

나는 매끈하고 비린 눈으로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오늘 놓을 수 있겠다는, 그런 거짓말약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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