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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비 Mar 18. 2020

프로덕트 로드맵은 왜 실패할까?

마티케이건의 인스파이어드를 읽고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


제품 로드맵은 대부분 실패한다. 일정을 맞추지 못하거나, 다 만든 제품이 시장에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겪고도 여전히 제품 로드맵을 그린다. 


인스파이어드에서 말하는 로드맵이 실패하는 이유는 제품 개발이라는 일의 특성 때문이다. 정해진 기간에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무시하고 일정에 맞춘 일의 리스트를 만들고 로드맵이라는 이름을 붙이게되면, 솔루션 도출보다 일정에 맞춰 결과물을 만드는데 집중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제품 개발이란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지속적인 개선을 해야하는 일이고, 그 기간을 미리 산정하기란 참 어렵다. 이 사실을 무시하고 기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불완전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또 로드맵을 그리는 이유로 두가지를 꼽는데, 첫째로는 경영진이 높은 우선순위의 일들을 먼저 실행하기를 원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업무 진행상황을 추적하면서 일정에 맞춰 사업을 운영할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마케팅 플랜이나 사업 운영은 다연히 정해진 일정을 필요로 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두가지 목적을 충족하는 로드맵 대체 방안은 제품의 비전과 전략이다. 가고자하는 곳을 분명히 한 뒤, 가는 길을 그려두는 것이다. (비전과 전략에 대한 내용은 지난 글에) 그리고 이 것을 실행할 수 있는 툴로 OKR을 제시한다. 또한 사업의 계획을 위해 당연히 일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 일정이 정해지는 시기를 조금 더 늦추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솔루션 탐색을 위한 기간을 갖고, 그 기간 동안 유저 가치 검증 , 엔지니어와 실현 가능성 검증, 이해관계자와 사업 유효성을 검증하며 유효한 솔루션을 찾아낸 뒤에는 좋은 제품을 만들수 있는 일정을 정할 수 있다. 


나도 로드맵의 회의론자에 가까운 편인데, 경험상 로드맵대로 실행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계획의 실패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같은 세상에는 '완벽한 계획'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다. 스타트업일 수록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하고, 인력의 변화도 커서 안정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계획을 따르던 사람에서 점점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되다보니 생각이 변한걸수도... )


내가 요즘 생각하는 방법은 2,3년뒤의 모습을 그리고, 그 모습으로 가기 위한 1년 안의 목표를 정하고, 3개월 안에 실행할 확실한 테스크들을 정하는 것이다. (하는중인데 참 힘들지만...)
2,3년 뒤 되고 싶은 바라는 모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에 따라서 1년 안의 목표도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3개월 안에 실행할 테스크들은 최대한 변하지 않아야한다. 3개월 내 테스크들이 자주 흔들리면 구성원들이 그 계획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그럼 단기간의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 최대한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상위 목표가 맞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적어놓고 나니 OKR과 비슷한 감이 있는데, OKR 포맷을 그대로 쓰지 않는 이유는 첫째,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테스크 진행을 도입하는 초기이다보니 조금 더 느슨한 방향으로 사용을 하고 싶어서이고, 둘째, OKR은 전사적으로 도입해서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던데 나는 그럴 힘이 없...(ㅠㅠㅠ) 하지만 언젠가는 OKR 포맷을 도입하게 될수도 있겠지..


로드맵을 전면적으로 안써야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목표와 그에 따른 테스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공유하기 위해서 시각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무래도 우리가 아는 로드맵의 모습처럼 나올 가능성이 크다. 책에서 말하는 로드맵은 꽤 긴 기간동안 완벽히 일정이 짜여진 고도화된 로드맵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고, 계획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용도의 툴로서 적절한 활용은 필요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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