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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뱅 Aug 10. 2022

[하루 글짓기] 에디터의 하루

어제 정해둔 오늘의 주제는

:스쳐지나간 사람들

이었는데, 오늘 매우 피곤하므로 일기를 써보겠습니다..




어제부터 이틀 연속 하루종일 외부 취재를 다니고 있어서 매우 피곤하다.

그것도 하루에 두탕씩!

오늘은 오전에 잠깐 업무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갔다.

회사에서 동인천 역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렸는데 지하철이 너무 추워서 꽁꽁 얼어버릴 뻔 했다.


동인척역에 온 이유.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이 있다.

약 110년에 달하는 역사를 가진 곳으로 여전히 영화가 상영중인 현역 영화관.

여기 극장 1관은 뮤지컬 공연장 처럼 극장 내부가 복층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규모가 굉장히 크다.

소개 설명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스크린이라고 하던데, 이건 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

극장 내부는 과거+현재의 혼종이어서 사실 뒤죽박죽한 느낌이 없잖아 있는 편.

상영관 내부를 찍고, 협조를 얻어서 영사실도 들어갈 수 있었는데 영화 <시네마천국> 토토를 생각했다면 오산. 

과거 필름은 이제 먼지가 쌓여있고, 필름 사용하는 영사기도 작동을 멈춘지 오래.

디지털 영사기로 클릭 몇 번이면 영화 상연이 되더라.

다른 영사실에서 <시네마천국> 알프레도 같은 나이가 꽤 많은신 분도 뵜는데, 아마 과거부터 일하셨던 영사기사님이신듯 했다.

작동이 멈춘 오래된 필름 영사기와 함께 나이들어가신 것 같아서, 영사실에서의 움직임이 자유로우셔서 장인정신이 느껴졌달까.


그리고 스틸컷, 표지용 이미지를 찍으려고 팝콘이랑 콜라를 사서 비어있는 상영관에 가서 포토 실장님과 이리저리 구상하고 사진을 찍었다.

팝콘이 먹음직스럽게 듬뿍 담겼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팝콘 파는 곳에 가서 쪼금만 더 주세요... 하고 비닐 봉다리에 얻어오고 사진 찍으면서 한알한알 쌓아올렸다.

팝콘을 먹으면서 인천에서 서울 이촌으로 이동.




이촌에서는 시장 내부에 있는 와인바를 취재하러 갔는데, 사실 취재라기보다 사진 찍으러 간 느낌.

미리 섭외해둬서 요리를 해주셨고,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다.

인천에서 오는 동안 차가 엄청 막혀서 2시간이나 걸렸더니 운전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리가 아파서 뻐근

더군다나 하루종일, 아침부터 먹은 거라곤 팝콘이 전부(+김빠진 콜라).

너무 배고파서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는데 에너지 고갈 신호가 몸속에서 울릴 정도.

귀에서 삐소리도 났다.


음식 2개 촬영을 마치고 이촌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터덜터덜 집으로 가면서 배달의 민족에서 찜닭을 주문했다.

혼자 살아서 이런 거대한 음식 주문하면 일주일이나 먹어야 하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주문 잘 안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굶고 일한 나를 위해 스페샬 음식을 먹어야 했다.


사실 글쓰는 일보다 섭외하고, 취재하는 데 공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일인데, 종이 몇장으로 휘리릭 읽어버릴 수 있는 잡지 기자 일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걸 아는 사람은 업계 종사자말고는 없을 것 같다.

점점 일에 애정은 없어지는데 내가 가진 기술이어서 일을 하는 기분.



피곤한 에디터 하루 끝.

내일은 킵한 주제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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