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utionist Jun 26. 2019

나는 왜 광고에서 본 맥주를 사지 못하나?

소비자구매행동 이론과 고관여 전략

날이 더워지면서 맥주 광고가 기승입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류광고가 금지돼 있음에도 

언제나 광고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다는 맥주 광고입니다. 

이 광고를 보고 우신 분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스텔라 아르투아 광고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을 품고 편의점으로 갑니다

과연 굴하지 않고 저 맥구, 스텔라를 집어들 수 있을까요?



과연 굴하지 않고 저 맥주, 스텔라를 집어들 수 있을까요?

편의점에 가기 전에 잠깐,

우리가 구매라는 액션을 하기까지 겪게 되는 구매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AIDMA, 굉장히 오래된 이론입니다. 

미국 롤랜드 홀이란 분이 만든 이론으로 광고효과의 심리적 단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attention  >  interest  >  desire  >  memory  >  action

소비자가 어떤 광고에 노출되고 그 광고가 눈길을 끈다면, 주목(attention)하게 됩니다.

주목이 흥미(interest)로 이어지고, 제가 맥주 광고를 보고 느낀 것처럼 욕구(desire)를 일으킨다면…

광고의 역할은 매우 훌륭히 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브랜드를 기억(memory)시키는 것까지도 광고 혹은 브랜딩의 역할이지만, 

여기서 모순이 발생합니다.


시공간의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제 행동패턴을 보시죠, 

광고를 보고 욕구가 생겨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간과 시간의 격차가 발생합니다. 

그렇게 족히 15분은 걸릴 여행이 시작됩니다,

아니 광고를 본 순간 이미, Customer Journey가 시작된 것이겠지요.


그리고 편의점이란 공간에서 다른 맥주가 POP(point of purchase) 구매시점 광고나 

프로모션을 활용해 여행 중이던 고객을 언제든 낚아챌 수도 있습니다.


망고맥주도 저가맥주도 POP로 낚시를 합니다


4캔을 넘어 6캔, 번들파격할인까지...

저 유혹은 다 이기고, 

스텔라가 준 자극을 기억하고 살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맥주는 굉장히 저관여 상품이기에 광고가 효과를 발휘하기 쉽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광고를 잘 만들어놓고 오히려 다른 맥주를 팔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 번 말씀드린 것처럼 고객의 동선에 따라 4P MIX를 마지막까지 잘 챙겨야 합니다.

내가 일으킨 자극을 남 좋은 일에 쓰이게 하지 않도록!


궁극적으로 우리가 팔고 있는 상품만 특별히 느끼도록, 

고관여 전략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관여도(involvement)에 대해 알아볼까요?

제가 처음 광고/마케팅을 배울 때만 해도 가격으로 나누거나 

구매 빈도로 나눈다고 이야기하는 선배가 많았습니다.

싸거나 자주 구매하는 상품은 저관여, 반대는 고관여라고.



정리하면 이런 그림이 되겠네요!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기저귀는 건 싸고 자주 구매하는데, 

꼼꼼하게 따져서 구매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상대적으로 비싼 향수 같은 건,

시향 한번 해보고 덜컥 구매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관여도, 내가 그 구매에 얼마나 관여/개입하느냐의 문제는

"나로부터 기인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준거집단으로 부터 전달되는
스트레스의 양이 관여도 아닐까?


준거집단으로 부터 전달되는 스트레스의 양이 관여도 아닐까?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기저귀 브랜드는 엄마의 안목을 대변하는 주요한 기준이 될 겁니다.

좋은 엄마의 기준 같은 거겠죠? 당연히 스트레스가 클테고

그로 인해 관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흰색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반면 향수는 저 도표와 달리 

유행하는 것은 있을 수 있겠지만, 다분히 개취임을 인정하며 사는 분위깁니다.

또래 집단에서도 특별히 압력이 없는 거죠.

센스있다, 취향 독특하다 정도로 귀결될 겝니다.

시대에 따라서도 변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우린 이런 시대의 변화나 준거집단 내에서 만들어준 기준에 따르기만 할 순 없으니,

스트레스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그러기 위해 질문을 던집니다, 조금 사악하지만...

아이들 몸에 바르는 건데 저가 로션으로 괜찮으세요?

치약은 먹기도 하잖아요, 유치에 생긴 충치는 영구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 아세요?

무심코 구매하던 사람들에게 멈칫하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

제가 생각하는 고관여 전략입니다.



무턱대고 날선 질문만 해선 곤란하겠죠?

상품이 가진 USP로 타겟의 Pain Point를 해결해주겠다는 약속,

그 약속을 하기 위한 주의 환기여야 합니다.

주의환기가 잘 먹히고, 약속이 유효하다면 

아무리 싼 상품도 고관여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맥주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맥주는 어떻게 관여도를 높일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어려집 보입니다.

그러나 기가 막힌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HITE 맥주가 경쟁사인 두산 OB의 페놀유출 사건에 착안해 

‘물’이라는 맥주의 핵심속성을 건드리면서 3:7로 열세였던 시장을 뒤집은 사례.

저관여 중에 저관여이며, 관성구매의 끝판왕이었던 맥주

크라운이 나눠준 맥주잔에 무심코 OB를 마시던 사람들에게 던진 결정적 질문!

맥주는 결국 '물'을 마시는 건데, 

이왕이면 좋은 물로 만든 맥주를 드시는 게 어때?


마산공장의 물이 암반수였음에 착안한 거니, 광고 전후는 결국 같은 맥주입니다


이후 마케팅史에서도 전무후무한 대역전이 벌어집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테라맥주 광고 보셨죠... 맥주 바꾸셨나요?

저는 테라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맥주의 또 다른 축인 ‘탄산’을 들고 나온 테라는 

과거의 사례를 재현할 수 있을까요?


고관여 전략은 정말 어렵습니다. 

HITE 맥주의 사례처럼 경쟁사의 실책에 의해 촉발되기도 하고, 

고객의 사소한 니즈를 잘 건드려 폭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마케터의 꿈은, 

특히 2-3등 브랜드를 성장시켜야 하는 경우. 

관성적으로 구매하던 소비 패턴을 멈추게 하고 

해당 카테고리 자체를 고관여화해 한번 더 고민하게 하는

고관여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 아닐까 합니다.


이왕이면 OO 맥주의 단계로 나아가는 길!

테라맥주가 그 길에 닿을 수 있을지,

같이 지켜보시죠!



작가의 이전글 전략과 전술의 차이 in Marketin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