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심연을 만나기 위한 시작이라는 것을 이제 안다. 여행처럼 관광하듯 시작했던 작가들과의 만남은 그들과 나눈 속 깊은 대화들로 인해 순례가 되었다.
톨스토이와의 만남에서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언어의 간극을 넘어서 서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경험을 했다. 열정 가득한 눈빛과 진지한 표정으로 신에게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 속 문장에도 다 담기지 않을 만큼의 결의를 느꼈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우연한 조우로 인해 나는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포근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었다. 마음에서 고요와 소란을 매듭지었고, 평온하게 흘러나가는 감정의 강을 느꼈다. 무사히 생에 첫 장거리 달리기를 마친 마지막 날의 감동은 하루키의 성실한 태도와 어우러져 내 기억 속을 순환할 것이다.
생텍쥐 베리와의 신비로운 만남에서 우리는 서로의 꿈이 담긴 별을 발견했다. 하늘을 나는 듯 자유로운 대지에서 우리는 서로의 별들이 이어져 아름다운 별자리를 이룬다는 것을 느꼈다. 또 더 나아가 우리가 서로에게 내뿜는 영혼의 빛 사이에는 그 어떤 틈도 없어 결국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더 이상 어떤 모험도, 죽음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와의 교류에서 난 그의 숨겨진 뜻을 하나씩 발견하며 그와 더 가까워지고 성장했다. 그는 친할아버지처럼 사려 깊은 기다림으로 내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감각의 문을 여는데 도움을 주었다. 알을 깨는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작가들과 보낸 나흘 남짓의 기간이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 에필로그가 끝이 아닌 하나의 매듭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내일도, 모레도 난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내 세계를 부수며 끝없이 자유로울 것이다. 삶의 끝자락에선 풍성해질 고운 매듭들이 나처럼 방황했을 누군가에게 등대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