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속박 대신 유머의 자유 선택하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소확행'은 일본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물질만능주의로 치닫는 것을 경계한 하루키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해 준다는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쓴 표현이라고 한다. 반면 현대 사회 이삼십 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8편의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는《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주인공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분노가 가득하다. 출판사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누적 조회수 40만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월급 대신 카드 포인트를 지급하는 회장의 심술, 동료에 대한 불만 가득한 마음, 결혼식에 오지도 않고 축의금을 내지도 않는 지인에 대한 짜증, 자녀 양육에 대한 금전적 부담과 함께 고용한 가사도우미의 태도에 대한 언짢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꿈꾼 썸이 무너지자 찾아오는 상대에 대한 경멸까지... 소설의 제목과는 달리 누군가 기대했던 기쁨이 좌절되어 찾아오는 슬픔을 막기 위해 저항하는 분노가 가득했다.
뫼르소의 무감정, 《바깥은 여름》 속 상실의 슬픔을 벗어나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사람들은 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욕구나 욕망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좌절하고 차례로 분노로 이어진다. 욕구의 좌절에서 비롯한 정당한 분노는 자신을 단련하게 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시키지만 티타의 엄마와 같이 불건강한 욕망에서 비롯한 분노는 쉽게 증오로 이어지며 증오는 자신과 타인을 파괴한다.
우리들은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한 분노의 정당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직원에게 월급 대신 카드 포인트를 지급한 회장과 관심 있어하던 지윤에게 거절당한 후 그녀를 경멸한 지훈의 분노는 가장 유아적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축의금을 내지 않는 지인, 고용한 가사 도우미의 불성실한 태도에 느끼는 언짢은 마음, 동료에 대한 불만은 사실 욕망의 좌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삶의 여유가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미래 세대 중 누군가 마땅히 누려야 할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경우 그가 짓눌려 슬프거나 무력해지는 것보다 차라리 건설적인 분노를 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대신 증오나 미움, 경멸에 갇혀서 스스로 옭아매기보다는 풍자와 해학처럼 유머의 자유와 여유 속에서 함께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 책을 두고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 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추천사)이라 평했다. 우리는 이 책이 역사 속 먼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