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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Sep 19. 2020

인재 채용의 밸런스 게임

조직과 개인의 성장이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조직이 된다.



자, 당신에게 15달러가 있습니다.
이 예산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팀을 구성해보세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게시글 패턴 중에는 '밸런스 게임'이 있다. 우리는 밸런스 게임에서 다양한 조건을 설정해놓고, 어떤 것이 나은 선택인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시간을 쓴 것은 <슬램덩크> 밸런스 게임이다. 벌써 20년도 전에 완결된 만화, <슬램덩크>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라면 나처럼 흥미를 가질 것이다.


15달러 예산을 갖고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팀을 구성해보세요.

농구라는 게임에서 좋은 팀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센터 다섯 명이 모인 팀이 강한 팀일까? 혹은 세계 최고의 슈팅 포워드가 다섯 명 모인 팀이 강한 팀일까? 세계 최고의 센터 다섯 명이 모인 팀은, 골 밑 수비력은 압도적으로 강하겠지만, 빠른 속도로 공격하여 점수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세계 최고의 슈팅 포워드가 다섯 명 모인 팀은 공격에서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겠으나, 수비 성공으로 인한 반격 찬스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접한 많은 사람들의 답은 제각기 다 다르다. 사람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지션에 따라, 예산의 우선순위를 배정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팀을 구성하는데, 각 포지션별로 생각하는 중요도도 다를뿐더러, 중요도에 따른 예산 배정 방침도 다르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채용은 슬램덩크 밸런스 게임과 유사하다. 여러 가지 포지션에서 한정된 예산을 잘 활용해야 좋은 팀을 구성할 수 있다. 문제는 15달러를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2달러, 혹은 1달러로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필요한 모든 포지션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초기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굉장히 한정적이다. 1달러 예산을 갖고 있는 팀이 4달러 예산이 필요한 사람을 영입할 수 없다. 대표자가 이미 EXIT을 경험해서 시장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거나,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의기투합해주는 동료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혹은 다니던 회사에서 뜻이 일치하는 동업자를 만나서 공동 창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초기에 만날 수 있는 인재는 소위 말하는 'S급' 인재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예산도 없을뿐더러, 인재들이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는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S급' 인재라면 이미 자신이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할 예정이거나, '굳이 왜 창업을 해?' 생각할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직장 생활을 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초기 스타트업은 조직이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 중에서도 좋은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 팀빌딩의 중요한 요소는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이다.

슬프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스타트업 필드에서 구직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의지로 스타트업 필드로 들어왔거나, 자발적 의사와는 관계없이 스타트업 필드로 들어올 수밖에 없게 되었거나.

 당장 잘하는 사람을 모실 수 없는 스타트업이 초기에 만나야 할 귀인은, 지금은 시장에서 1달러 가치를 인정받는 인재지만, 회사와 함께 성장해서 언젠가 4달러, 5달러짜리 인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같이' 노력해야 한다.



조직과 개인이 같이 성장해야 평화롭다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나는 종종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한 성장 교육 자료를 만들어서, 시간을 갖는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매번 다르지만, 항상 하는 이야기는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은 별개의 일이다'라는 것이다. 조직이 성장한다고 반드시 개인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 사람이 성장하는 것이 곧 조직이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좋은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한쪽만 성장하면 균형이 무너진다. 자발적 의사로 스타트업 필드에 들어온 사람은 성장 의지치가 높다. 경험상, 주변 환경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스타트업으로 취업하게 된 사람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지금 당장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S급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S급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아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고, 그와 동시에 S급 인재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작은 조직도 S급 인재를 모실 수 있다. 만약 개인은 S급이 되었으나, 조직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면 S급 인재는 시간이 문제일 뿐, 언젠가 조직을 떠날 것이다. 




지금 3달러 예산 조직이 1년 후, 2년 후에도 3달러인지, 15달러가 되어 있을지는 대표자의 노력에 따라 달려있다. 2018년 처음 시작할 때, 우리 조직은 2달러 조직이었으나, 지금은 20달러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금을 잘 모아 와서가 아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들을 채용해서가 아닌, 나 그리고 조직과 함께 성장해준 동료 개개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은 사람 뽑기가 너무 힘들어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이면 항상 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실제로 우리 조직도 이미 잘하는 사람을 모셔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미 함께 하고 있는 동료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딱 죽지 않을 정도로 한다. 가능하면 나와 함께 일하는 모두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들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노력은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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