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사납다
요즘 들어 '순살아파트'란 말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전엔 못 들어본 말인데 삽시간에 퍼진 듯싶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기가 막혔다.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아파트를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순살'의 '살'은 소, 돼지, 닭 등 동물의 고기를 말한다. 그래서 순살코기, 순살치킨 등과 같은 말이 나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아파트에 순살이 붙었다. 순살아파트란다. 뼈가 없으면 순살이니 철근 없는 아파트가 순살아파트? 비약이 이만저만 아니다. 뼈가 아파트의 철근이라면 살은 아파트의 무엇인가? 벽체를 말하나? 뭘 말하나? 혼란스럽다.
누가 처음 순살아파트란 말을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으나 기발한 면도 있지만 과도하단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순살코기, 순살치킨은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절로 호감이 간다. 그런데 순살아파트는 전혀 아니다.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수 있는 아파트다. '순살'이 주는 밝은 이미지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제발 좀 쓰이다가 곧 사라졌으면 좋겠다. 뭔가 신선한 것을 찾아서 나름 기발한 말을 만들어 냈지만 헛짚었다. 아파트에 철근이 부족하다니 말이 안 된다. 지진까지 대비하게 지어야 하는 세상에 철근이 제대로 들어 있지 않다니 있을 수 있나. 철근이 덜 들어간 아파트를 지어서도 안 되겠지만 엉터리 같은 말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신 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