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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순살아파트

정신 사납다

by 김세중

요즘 들어 '순살아파트'란 말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전엔 못 들어본 말인데 삽시간에 퍼진 듯싶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기가 막혔다.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아파트를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순살'의 ''은 소, 돼지, 닭 등 동물의 고기를 말한다. 그래서 순살코기, 순살치킨 등과 같은 말이 나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아파트순살이 붙었다. 순살아파트란다. 뼈가 없으면 순살이니 철근 없는 아파트가 순살아파트? 비약이 이만저만 아니다. 가 아파트의 철근이라면은 아파트의 무엇인가? 벽체를 말하나? 뭘 말하나? 혼란스럽다.


누가 처음 순살아파트란 말을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으나 기발한 면도 있지만 과도하단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순살코기, 순살치킨은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절로 호감이 간다. 그런데 순살아파트는 전혀 아니다.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수 있는 아파트다. '순살'이 주는 밝은 이미지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제발 좀 쓰이다가 곧 사라졌으면 좋겠다. 뭔가 신선한 것을 찾아서 나름 기발한 말을 만들어 냈지만 헛짚었다. 아파트에 철근이 부족하다니 말이 안 된다. 지진까지 대비하게 지어야 하는 세상에 철근이 제대로 들어 있지 않다니 있을 수 있나. 철근이 덜 들어간 아파트를 지어서도 안 되겠지만 엉터리 같은 말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신 사납다.



b_geiUd018svctyuzuum71yzf_hgt0e.jpg 언론은 유행어를 좋아한다



c.png '순살아파트'란 말은 2023년 7월 10일 신문에 최초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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