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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pr 29. 2024

문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장치다

문장의 필수 성분을 생략해서야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이라는 법이 있다. 약칭 기후기술법인데 2021년 4월 20일 제정되었다. 이 법의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기술의 연구기반을 조성하여 체계적으로 육성ㆍ발전시키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증진하여 기후변화대응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탄소중립 실현 및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1조는 한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기술의 연구기반을 조성하여 체계적으로 육성ㆍ발전시키고'에 의아한 부분이 있다. '체계적으로 육성ㆍ발전시키고'가 나오는데 무엇을 체계적으로 육성발전시킨다는 것인지가 보이지 않는다. 목적어를 생략하였다. 생략된 목적어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기술을'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목적어는 생략해도 좋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목적어가 생략되었기 때문에 읽는 사람은 그 생략된 목적어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야만 한다. 왜 그런 수고를 시키는가. 하다못해 아래와 같이 '그 기술을'이라고 넣어 줄 때 읽는 사람의 부담을 한결 덜어준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기술의 연구기반을 조성하여 그 기술을 체계적으로 육성ㆍ발전시키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증진하여 기후변화대응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탄소중립 실현 및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장의 필수 성분은 웬만해서는 생략해서는 안 된다. 생략은 독해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하물며 명명백백해야 할 법조문에서 그래서는 안 될 말이다. 문법은 문장에서 최소한 요구되는 장치다. 이를 함부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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