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있다
언제부턴가 우산을 멀리한다. 비옷을 애용한다. 간편한 걸 좋아해서다. 어디까지나 취향 아니겠는가. 오늘도 집을 나설 때 비옷을 말아서 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 지하철을 타는 독산역에 거의 이르렀을 때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그때까진 비가 안 왔는데...
이제 곧 역인데 비옷을 펼쳐서 입기가 귀찮았다. 역이 얼마 안 남았으니... 횡단보도를 건넜을 때쯤 어떤 여인이 내게 다가와 우산을 들이밀었다. "이거 가지고 가세요." 하는 것이었다. 자기가 갖고 있던 우산을 내게 주었다. 짧은 순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는데 이미 그녀는 우산을 주고 몸을 돌렸다. 황망 중에 우산을 받아쥐었고 "고맙습니다." 했다.
그녀가 내 왼손에 비옷이 말려 있는 걸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비를 맞고 있었으니 안돼 보였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자기가 쓰고 있던 우산을 주나. 내가 너무 불쌍해 보였을까. 아무튼 아무 대가 없이 남을 돕는 사람을 만났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 천사라고 했다. 각박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한편 천사도 도처에 있다. 나는 누구를 도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