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
뉴스에 국산 김 명칭을 'GIM'으로 국제표준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떴다. 김이 당연히 GIM이지 다른 무엇이 있길래 GIM으로 국제표준화한다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짚이는 게 있다. 김을 KIM으로 쓰고도 있지 않을까 싶다. 김치는 이미 kimchi로 '국제표준화'되어 있지 않은가!
김이 GIM이냐 KIM이냐는 해묵은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김'의 경우 아마 99% 이상 Kim일 것이다. Gim으로 쓰는 사람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김씨는 Kim으로 통일돼 있는 거나 마찬가지고 김치도 kimchi로 굳어졌다. 그런데 왜 김은 GIM인가.
국어에는 'ㄱ'과 'ㅋ'과 'ㄲ'이 서로 다른 소리다. 이를 로마자로 적을 때 구별해서 적는 게 좋은가 아니면 구별하지 않는 게 좋은가. 'ㄱ'을 k로 적으면 'ㅋ'을 적을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ㅋ'도 k로 적는다면 'ㄱ'과 'ㅋ'은 똑같이 k다. 구별해서 적기 위해서는 'ㄱ'을 g로 적어야 한다. 'ㅋ'은 k로 적으면 되니까. 그럼 왜 김씨, 김치는 k로 적나. 서양인들 귀에 김, 김치의 'ㄱ'이 k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 김치의 'ㄱ'이 g로 들리지 않는다. g는 유성음, k는 무성음인데 김, 김치의 'ㄱ'은 무성음으로 들리고 따라서 k라고 느낀다. 김씨가 Kim, 김치가 kimchi가 된 연유다.
문제는 우리에게 'ㄱ'만 있느냐는 거다. 'ㅋ'도 있지 않나? '공'과 '콩'을 다 kong으로 적을 수는 없지 않나. 'ㄱ'에서 대상을 'ㄷ', 'ㅂ'까지 넓혀 보자. 예를 들어 '대성', '태성'을 똑같이 Taeseong으로 적는 게 나은가 아니면 각각 Daeseong, Taeseong으로 구별해서 적는 게 나은가. 당연히 후자다. 물어볼 필요도 없다.
'ㄷ', 'ㅂ'의 경우는 구별되어야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이에 반해 'ㄱ'은 'ㄷ', 'ㅂ'에 비하면 구별해야 할 말이 현저히 적은 게 사실이다. 'ㅋ'으로 시작되는 말이 한국어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자어는 더욱 그렇다. '쾌(快)' 외에 거의 없다. 그 '쾌'도 과연 몇 단어에나 쓰이나? 그래서 'ㄱ'의 경우 더욱 k로 적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할 수 있다. 'ㅋ'으로 시작되는 말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러나 'ㅋ'으로 시작되는 말이 전혀 없다면 몰라도 몇 개라도 있는 이상 'ㄱ'을 k로 적는 것은 곤란하다. 그래서 'ㄱ'을 g로 적는다. 김포는 Gimpo, 김해는 Gimhae다. 김도 당연히 GIM이다. 김치는 gimchi로 하기엔 이미 너무나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버렸다. 성씨 김씨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