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해야 하는 건 피곤하다
인공지능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해서다. 형법 제274조의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에서 '사용할'은 '사용한'의 잘못 아니냐고 했더니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답해 나를 무척이나 흡족하게 했던 인공지능이 단순한 지식을 묻는 질문에도 틀리게 답했다. 사정은 이렇다. 인터넷 뉴스에서 홍예공원이 엄청난 관광객을 모았다길래 홍예공원이 어디에 있는지 인공지능에 물었다. 그랬더니 공주시에 위치한다고 답하는 것이었다. 공주시 웅진동에 있다 했다. 그러나 네이버지도를 찾아 웅진동에 가보니 그런 공원은 없었다.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네이버지도에서 홍예공원을 넣어보니 홍성에 있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게 홍예공원은 혹시 홍성에 있지 않나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즉각 잘못을 시인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했다. 왜 처음부터 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틀린 정보를 제공한 뒤 잘못 아니냐고 하니 그제서야 죄송하다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하나.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홍예공원이 공주에 있다고 믿을 뻔하지 않았나.
현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것은 마치 지뢰밭을 걷는 느낌이다. 불안해서 맘 놓고 이용할 수 있나. 늘 의심해야 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어떤 사람이 인공지능은 정답을 말한다기보다 그럴듯한 개소리를 잘하는 것 같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아 있다. 정답을 말할 때도 많지만 엉터리를 태연히 말할 때도 있다. 의심쩍어 자꾸 캐물으면 우기지 않고 바로바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틀리거나 말거나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큰 발전이라 생각한다. 처음 챗gpt가 나왔을 때 1~2년 전까지의 일만 안다 해서 상당히 실망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정확성이다. 비서를 두었는데 늘 의심해야 한다면 머리 아프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