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의 보석 같은 존재
9월의 첫 일요일이다. 비가 간간이 뿌린 토요일과 달리 날은 맑았고 더위가 저만치 물러가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얼마 전 매체에 소개된 기사를 접하고 시흥의 갯골생태공원을 꼭 가봐야겠다 생각했고 당장 실행에 옮겼다. 소사역에서 서해선으로 갈아타고 다섯 정거장 만에 시흥시청역에 도착했다. 3번 출구로 나와서 갯골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지하철역 가까이에 장현천이 흐르고 개천을 따라 산책로가 양쪽으로 잘 나 있었다.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하기만 한데 곧 드넓은 들판이 나타났다. 벼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좀 아쉬운 건 도무지 어디로 가야 갯골생태공원인지 표지판이 전혀 안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길을 좀 잘못 들어 막힌 곳도 만났고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길을 찾아 생태공원에 가까이 다가갔다. 갑자기 눈이 시원해진다. 연밭이 얼마나 넓은지 놀라웠고 치솟은 나무들에서 벌써 조경미를 흠씬 느낀다. 자전거 탄 사람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여기가 갯골생태공원이구나 싶었다. 공원 남동쪽 끄트머리에 들어선 것이다. 시흥시청역에서 약 3km쯤 걸었으리라.
20여 년 전에 와본 적은 있지만 너무 오래 전이라 도무지 기억나는 게 없고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다. 왜 갯골생태공원인지를 우선 실감했다. 이곳은 소래포구와 가깝다. 그리고 염전이 있던 곳이고 지금도 염전이 있다. 이 넓은 공원을 어떤 코스로 지나야 하나 생각하다가 공원 한복판을 가로질러 건너가기로 했다. 전망대 방향으로 걷고 있는데 오른편에 거대한 꽃밭을 보고 탄성의 외마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넓은 코스모스밭은 처음이었다. 노랑코스모스밭이 참으로 광활했다.
코스모스밭을 지나니 이번에는 염전이 나타났다. 지도상에 염전체험장이라 표시된 곳이었다. 과연 소금이 생산되는 중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반대편은 해수체험장이었는데 수영장처럼 보이는 그곳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넓은 잔디밭이 나오면서 흔들전망대가 우뚝 솟아 있었다. 오로지 나무로만 된 흔들전망대는 살짝 흔들거린다 해서 흔들전망대다. 빙글빙글 경사진 길을 따라 전망대 위에 올라섰다. 과연 아주 조금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우 22m 높이라는데 여간 전망이 탁 트이지 않았다. 몇 번이고 돌면서 사방팔방을 실컷 조망했다.
흔들전망대를 내려와 본격적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서쪽 소래 방향으로 걷는다. 자전거다리까지 가서 물길 건너편 길을 걸은 뒤 생태공원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처음 약 1km 남짓은 맨발걷기길이 나 있었다. 그 후로는 길이 살짝 거칠어지긴 했지만. 도중에 다리가 하나 있었다. 모새달다리였다. 나무다리가 건너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지만 다리를 건너면 의도했던 코스가 헝클어지니 그냥 보고만 지났다. 1km 이상을 더 걸었다. 점점 소래 포구쪽이 가까워지는 듯 갯골의 모습이 뚜렷해졌다. 그리고 드디어 자전거다리가 나타났다.
왜 자전거다리인가 했다. 가보니 다리 외관을 마치 자전거 손잡이처럼 보이게 꾸며 놓았기 때문이었다. 가운데가 불룩 솟은 자전거다리를 넘었다. 그 후로는 길이 한결 더 조용했다. 이따금 자전거 타고 지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일직선 길이 끝날 무렵 조류관찰대가 있어 들어가 보았다. 생태공원답게 갖가지 물새들이 많이 서식한다. 과연 안내판에는 생태공원에서 발견되는 새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백로, 도요새, 저어새... 맹꽁이도 서식한다는데 길을 가다 걸린 사진을 보니 생소하고 낯설다. 곳곳에서 전문적인 장비를 가지고 사진을 찍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모새달다리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차츰 흔들전망대가 가까워졌다. 습지센터도 지나고 부흥교가 가까워지니 다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후가 되니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듯하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모가 많았고 이따금 반려견과 함께인 사람들도 보았다. 그렇다. 갯골생태공원은 곳곳에 그늘막이나 텐트를 칠 수 있게 돼 있어 가족 나들이하기에 그저 그만이었다. 주차장쪽으로 가보았다. 시계탑 옆에 화려한 꽃밭이 눈을 사로잡았다.
다시 또 오기 위해 일부러 몇몇 곳은 가지 않고 남겨 두었다. 주차장 끝에 시내버스가 손님을 기다리느라 서 있었다.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요즘 사람들은 모두들 자가용을 이용해서 나들이를 한다. 세상이 어느새 그렇게 변했다. 나는 좀 더 더 걷기 위해 버스조차 타지 않고 시흥시청역으로 향했다. 생태공원에서 약 3km 떨어져 있었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다. 오늘 하루 16.5km 걸었다. 걷는 게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