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아픈 데가 나타난다. 문제는 원인 불명의 질환이 생긴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왼발 복숭아뼈 부근에 피부가 절로 파여 쓰라렸다. 걷기 불편하게까지 되어서야 비로소 동네 병원을 찾았다. 간단히 소독을 했고 처방 받은 연고를 거의 2주간 바르고서야 완치됐다. 그게 다 나아갈 무렵 이번엔 오른쪽 다리 무릎 부근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것도 거의 열흘간 버티다가 증세가 심해지고서야 병원을 찾았다.
요즘 대학병원 같은 데는 아프다고 바로 갈 수 있지 않다. 동네병원을 거쳐야 한다. 무릎 부근이 아픈데 어떤 동네병원엘 가야 하나.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아 인공지능에 물어보았다. 안양시 만안구 00동에서 명의로 소문났으면서 친절한 정형외과를 소개해달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인공지능은 별로 생각지도 않고 바로 두 병원을 소개해 주는 것이었다. 각 병원의 위치를 네이버지도에서 찾아보니 위치뿐 아니라 리뷰까지 있었다. 리뷰를 읽어보았다. 한 병원은 전문과목이 없는 일반 의원이었고 다른 한 곳은 000정형외과의원이었는데 일반 의원의 리뷰가 더 좋았다. 그리고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집과 가깝기도 했다. 당연히 그곳으로 향했다.
간략히 내 증상을 설명했다. 다치지 않고 저절로 그런 거니 엑스레이는 찍을 필요 없겠다면서 일주일치 진통소염제 약을 처방해 주었고 물리치료를 받고 가라 했다. 이제 하루가 지났고 조금은 차도를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다 나으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처음 통증을 느낀 지 열흘쯤 돼서 병원을 찾았는데 진작에 와서 처방을 받았더라면 일찌감치 나았을지도 모르는 걸 괜히 뻗대다가 병을 키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초기 대응을 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 되었으니 후회해본들......
병원을 나오며 문에 붙은 진료시간 안내문을 보았을 때 내 눈길이 "토요일은 점심시간 없슴"에 미쳤다. '없음'이 '없슴'으로 바뀐 적이 없다. '없읍니다'가 '없습니다'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것도 1988년이었으니 거의 40년이 돼 간다. 요컨대 '없음'이라 써야 하는데 '없슴'이라 잘못 쓴 것인데 이게 과연 얼마나 오랜동안 이렇게 붙어 있었을까. 10년일지 아니면 더 이상일지 알 수 없다. 병원을 출입하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겠는데 '슴'이 잘못이란 걸 잘 모르는 사람도 많았을 테고 아는 사람이 있어도 '없슴'을 보고 저게 무슨 대수랴 싶었을 수도 있겠다. 환자들이야 계속 바뀌지만 원장은 자기 병원이니 매일처럼 볼 텐데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원장도 '없슴'이 맞는 줄 알까. 별 의문이 다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