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희망이 있다
내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서 3박 4일의 대만 여행길에 오른다. 길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 묵은 숙제 하나가 풀릴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나는 작년 2월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를 써서 펴냈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법적 토대인 6법(헌법, 민법, 상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이 언어적으로 아주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고 이의 조속한 개선을 촉구한 내용의 책이었다. 이 책이 널리 읽히고 그래서 낡고 언어 오류가 그득한 6법의 개정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무참하게 무너졌다.
세상의 반응은 싸늘했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6법이 언어적으로 아무리 문제가 많은들 그것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었냐는 듯이 모두들 외면했다. 물론 문제는 없었다. 재판은 잘 이뤄졌고 세상 온갖 분규는 법에 의해 잘 처리됐다. 6법의 말이 엉터리여서 법질서가 위태로워지는 일은 없었다. 6법에 아무리 오자가 많고 문장이 문법에 안 맞아도 법조인들은 그 법이 무슨 뜻인지 잘 알았고 그래서 법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