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똑똑한 인공지능

'법 보수주의'라 쓰고 '게으른 관성'이라 읽는다

by 김세중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살피다가 2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에 관한 민법개정안이 통과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배우자나 자녀는 상속받을 권리를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이라고 했다.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직계'존속'에 대해 그런 조항이 생겼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배우자, 직계'비속'에까지 범위가 넓혀지는 모양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리 없을 테고 이 민법은 시행이 될 것이다.


이렇게 또 민법이 부분적으로 개정됐다. 그런데 필자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민법 조문에 들어 있는 비문(非文) 고치기는 왜 안 되나 싶어 인공지능에 하소연을 해보았다. 이렇게 물었다.


민법 제2조 제1항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에서 '신의에 좇아'는 국어문법에 안 맞다. '신의를 좇아' 또는 '신의를 지켜'라야 한다. 이런 비문은 왜 개정하지 않나? 문법은 틀려도 그만인가?


어떤 대답을 내놓나 궁금했는데 인공지능(제미나이)은 즉각 다음과 같이 답변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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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님의 지적은 국어학적으로 매우 예리하고 타당합니다. "신의에 좇아"는 현대 국어 문법상 명백한 비문(非文)입니다. '좇다'는 타동사로서 '신의를 좇아'라고 하거나, '신의에 따라'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문에서 이런 비문이 잘 고쳐지지 않는 데에는 법학계의 몇 가지 고질적인 이유와 현실적인 고민이 숨어 있습니다.


1. '법률 용어의 관성'과 역사성


민법 제2조 제1항의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문장은 1958년 민법 제정 당시의 표현입니다.


당시에는 일본식 한문 어투나 옛 말투가 섞인 채로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법조인들은 이 문장을 하나의 **'고유명사'나 '성어'**처럼 취급해 왔습니다.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법리가 워낙 방대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문구 자체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


법 보수주의적인 거부감이 존재해 왔습니다.


2. 개정 우선순위의 문제 (실체적 내용 vs 형식적 문구)


최근의 민법 개정(유류분, 구하라법 등)은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된 **'실체적 권리'**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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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편리하고 쉬운 한국어를 꿈꿉니다.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2024), '민법의 비문'(2022), '품격 있는 글쓰기'(2017)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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