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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 '우려하다'와 어울리는 말

by 김세중

'우려하다'와 어울리는 말


우리 정부는 미국의 동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굳건하고 두 대통령 간 관계가 강력하면 미국의 속마음과 고민을 한국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지금 한국 정부는 겉돌고 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209 ㅈ일보


'지금 한국 정부는 겉돌고 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에서 '겉돌고 있다고'는 단정이고 '우려하지'는 단정과는 거리가 먼 뜻이어서 서로 잘 맞지 않는다. 따라서 '겉돌고 있다고'를 '우려'와 어울리는, 단정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 '겉돌고 있지 않은지' 또는 '겉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고 하면 '우려'와 어울린다. '겉돌고 있지 않나'라고 할 수도 있다. '겉돌고 있다고'를 그대로 둔다면 '우려하지'를 다른 말로 바꾸어야 한다. '겉돌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나 '겉돌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 정부는 겉돌고 있지 않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 정부는 겉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단어 선택의 중요성


모두가 북핵 위협을 ‘임박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데 왜 우리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위협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인가. 정부의 실패는 5000만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1209 ㅈ일보


'정부의 실패는 5000만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에서 '실패'와 '담보로 하고 있다'는 의미상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 '실패'는 이미 발생한 결과를 가리키는 데 반해 '~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아직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앞으로 행할 일과 어울린다. '실패'를 쓰려면 그 뒤에 오는 말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의 실패는 5000만 국민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라고 하거나 '정부의 실패는 5000만 국민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린다'라고 하면 문제가 없다. '실패' 대신에 '정책'이라고 하거나 '결정', '태도' 같은 말을 쓴다면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와 어울린다. 단어 선택은 문맥에 맞도록 신중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정부의 실패는 5000만 국민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5000만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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