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내가 사랑하는 음식
바질 페스토라는 양념을 처음 먹은 게 언제였더라. 기억나는 건, 어느 시험 기간에 학교 앞 프랑스 식 브런치 식당에서 팔던 바질 페스토 펜네를 먹기 위해 혼밥 가능 여부를 물어보았던 과거의 나다.
바질 페스토는 정말 맛있다. 적당히 짭조름하고 기름진 맛이 제일 좋다. 바질 향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건 비염인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지만, 그래도 초록색 스프레드가 잘 버무려진 파스타-특히 펜네-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식물의 색이 강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괜히 건강 음식을 먹는 기분이기도 하다.
동시에 잘 만든 바질 페스토를 찾기도 너무 어렵다. 내 입맛 바질 페스토의 기준은 위에서 말했던 학교 앞 브런치 식당이다. 짜다 싶을 정도로 간은 강렬해야 하고, 색깔은 선명할수록 좋다. 바질 관련된 선택지가 있으면 무조건 한 번씩 먹어보곤 하는데 이 기준을 만족하는 바질소스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특히 우리 집 앞의 모 레스토랑 바질 파스타는 쓸데없이 크림치즈를 섞어버려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되어버렸다.)
바질 처돌이였던 나는 교환학생 가서도 꼬박꼬박 바질 페스토를 사곤 했다. 펜네 파스타가 되기도 하고, 필라프의 탈을 쓴 볶음밥이 되기도 했다. 바질 페스토와 볶음밥의 궁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향이 꽤 많이 날아간다. 한국에 돌아와서 바질 페스토 소스를 비싼 돈을 주고 사보기도 했지만 좀체 집에서 밥 먹을 시간이 나지 않아 절반 정도는 곰팡이가 핀 뒤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꿈꾸는 하루가 있다.
직접 산 바질과 올리브유, 소금을 비롯한 기타 재료를 모두 섞고 믹서기로 웅웅 갈아낸 바질 페스토를 만드는 하루. 그리고 그 페스토로 근사한 파스타를 만들어내는 하루.
나 같은 바질 처돌이를 위해 이 세상의 모든 파스타집이 의무적으로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메뉴로 내주었으면 좋겠다.
알고 있는 바질 페스토 요리 맛집이 있으시다면 슬쩍 공유해주세요! 제 바질 맛집 DB를 풍요롭게 만들고 싶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