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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안 Oct 12. 2020

바질, 바질, 내 사랑 바질

#03. 내가 사랑하는 음식

바질 페스토라는 양념을 처음 먹은 게 언제였더라. 기억나는 건, 어느 시험 기간에 학교 앞 프랑스 식 브런치 식당에서 팔던 바질 페스토 펜네를 먹기 위해 혼밥 가능 여부를 물어보았던 과거의 나다.


안암동 카페 미뇽. 정확히는 '깻잎 페스토' 펜네지만 내 최애 메뉴다.

바질 페스토는 정말 맛있다. 적당히 짭조름하고 기름진 맛이 제일 좋다. 바질 향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건 비염인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지만, 그래도 초록색 스프레드가 잘 버무려진 파스타-특히 펜네-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식물의 색이 강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괜히 건강 음식을 먹는 기분이기도 하다.


동시에 잘 만든 바질 페스토를 찾기도 너무 어렵다. 내 입맛 바질 페스토의 기준은 위에서 말했던 학교 앞 브런치 식당이다. 짜다 싶을 정도로 간은 강렬해야 하고, 색깔은 선명할수록 좋다. 바질 관련된 선택지가 있으면 무조건 한 번씩 먹어보곤 하는데 이 기준을 만족하는 바질소스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특히 우리 집 앞의 모 레스토랑 바질 파스타는 쓸데없이 크림치즈를 섞어버려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되어버렸다.)

안암동 마이 셰프. 조개 관자가 맛있게 구워진 바질 파스타.


바질 처돌이였던 나는 교환학생 가서도 꼬박꼬박 바질 페스토를 사곤 했다. 펜네 파스타가 되기도 하고, 필라프의 탈을 쓴 볶음밥이 되기도 했다. 바질 페스토와 볶음밥의 궁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향이 꽤 많이 날아간다. 한국에 돌아와서 바질 페스토 소스를 비싼 돈을 주고 사보기도 했지만 좀체 집에서 밥 먹을 시간이 나지 않아 절반 정도는 곰팡이가 핀 뒤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꿈꾸는 하루가 있다.

직접 산 바질과 올리브유, 소금을 비롯한 기타 재료를 모두 섞고 믹서기로 웅웅 갈아낸 바질 페스토를 만드는 하루. 그리고 그 페스토로 근사한 파스타를 만들어내는 하루.


나 같은 바질 처돌이를 위해 이 세상의 모든 파스타집이 의무적으로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메뉴로 내주었으면 좋겠다.


알고 있는 바질 페스토 요리 맛집이 있으시다면 슬쩍 공유해주세요! 제 바질 맛집 DB를 풍요롭게 만들고 싶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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