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매번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건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렇게 처음으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건 미드미 네 덕이야. 매일 숫자와 씨름하고 매일을 정확하게 끝내야 하는 난, 오늘 바람이 부는지 비가 오는지 나뭇잎이 파란색인지 노란색인지 아는 게 사치였거든.
쨍했던 어느 날, 너와 함께 나간 그 날. 그날의 날씨가 어땠는지 생생히 기억해. 그날의 온기도 소음도 너의 웃음소리도, 그리고 발등으로 따듯하게 느껴지던 햇살의 느낌까지도. 어쩌면 살면서 이런 날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축복이 아닐까 싶었어.
내가 기억할 앞으로의 계절은 혼자일때 느끼던 그 따듯함과 추움과 더움이 아니겠지. 하지만 좀 더 풍성해진 느낌일 거라 믿어. 물론 더운 날은 더 덥게 느껴질지도 모르고, 추운 날이 웬수처럼 느껴질 때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이전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사실이야.
고마워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