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panese Breakfast - Be Sweet
잠들기 전 침대에 모로 누워 애인이 우리 같이 잘 살아보자는 고백이 섞인 통화에도 난 열심히 그러자 하며 인스타를 켜서 스크롤하고 있었다. 애인이 "뭐 보고 있어?"라고 물었고 그때서야 아차! 정신이 들며 "자기한테 맨날 의미 없이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하면서 이러고 있네 나도 자제할게" 그제야 배터리가 10프로 남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앞에 사람을 두고선 핸드폰을 잘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누군가와 얘기 중이라면 걸려오는 전화도 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받지 않는 정도이다. 그런데 혼자 있는 순간엔 여지없이 숨을 쉬듯 인스타를 들여다본다.
반면 내 SNS 포스팅을 보자면, 월에 한 개 정도로 정말 근근이 생존 소식만 전했다. 요즘은 포스팅에 주저리주저리 안 써, 무겁잖아. 전부 스토리로 올려. 그게 대세야. 하는 얘길 듣긴 했지만 지금의 나는 인스타에 게시글 하나조차 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도, 스토리에 "와 나 여기 감" "와 나 이거 먹음" "와 나 이거 봄" "와 나 주말 이렇게 끝내주게 보냄"을 보여주고 좋아요 공감을 몇 개 받고 휘발되면 그만이다.
스토리에 비해 게시글 포스팅은 사진을 고르는 작업이 들어가고 짧은 글에도 생각과 편집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요새는 자랑도 은근해야 해서 10장의 사진을 꽉 채워 한껏 과시했다면 게시글은 한 줄도 아닌 한마디로 요약하는데 거기엔 유머 한 스푼이 센스로 얹어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몇 줄로 내 생각을 말이 되게끔, 일목요연하게 써야 하는데 지금처럼 내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선 그저 소비성으로 휘발될 사진만 핸드폰에 계속 쌓일 뿐이다.
지난 토요일, 동네에 검색해 뒀던 이자카야에 애인과 우리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갔다. 저녁 8시, 날도 선선했고 아파트 단지 상가 호프집엔 가족들, 친구들이랑 맥주 한 잔 하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를 띄었다. 우리도 그 틈에 섞이니 이 동네 사는 아이 없는 신혼부부 같아 보였다.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다. 결혼하면 이런 주말 풍경이겠구나 하는 얘기가 절로 나왔다. 이미 거리의 분위기에 취한 탓인지, 부쩍 약해진 술기운을 빌린 건지, 애인이 통오징어튀김을 뜯다 말고 '내가 평생 옆에 있을게' '허락해 줄래?' 같은 전에 없이 적극적인 얘길 꺼냈고 나는 당황해 어물쩍 넘어갔던가 하는 사이 주말이 지나갔다.
그리고 월요일인 어제는 일 끝나고 밤에 통화를 하며 스몰웨딩이니 하우스웨딩, 성당웨딩 같은 걸 처음으로 검색해보고 있었다. 결혼하려면 얼마가 드는지, 그렇게 친구들 결혼식에 다녀도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던 것들이 이제야 물어볼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알아도 끝이 없고 선택지도 무한할 이 웨딩 산업을 차라리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너무 많은 돈을 들이진 말자'엔 동의했는데 그 기준은 평균이 아닌 우리의 재정 상황이 돼야 했다. 그러니까 남들 다 하는 결혼을 해보려 해도, 내가 내 삶의 주체로서 확신과 중심이 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정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합쳐 봐야 얼마 되지 않을 우리의 하객보다 부모들의 하객 수를 고려하지 않고선 지금 하는 검색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에 일단 검색을 그만뒀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흘러 이 글을 쓸 당시만 해도 손을 호호 불던 때였는데 어느새 벚꽃이 졌다. 우리의 결혼 계획은 여전히 이 언저리에 멈춰져 있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서른 중반을 넘겼고, 애인은 마흔 중반을 향해 간다. 글쎄. 애인의 친구들은 거의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고, 내 친구들은 반반이다.
한 다리 건너면 난자를 얼린 친구의 친구 이야기, 드디어 시험관 아이에 성공한 내 친구의 이야기, 벌써부터 혼자인 삶을 준비하는 친구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삶의 형태를 접하고 있다. 나는 어디쯤일까, 우리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만한 확신이 있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도 <믿음>이 필요한 세상이다.
무엇에 대한 믿음인지는 차차 그려나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