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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Sep 01. 2022

엄마를 버려야 저출산이 해결된다.

출산율 통계의 착시와 저출산 정책의 생존 편향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아직도 여성의 독박육아와 독박가사가 거론된다. 정말 그럴까? 이미 많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아직도 10년 전 통념을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알고 있는가? 합계출산율이 0.8명에 불과한 데 비해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유배우 출산율)은 아직도 2명에 가깝다는 사실을!



합계출산율은 15세부터 49세까지 가임기 여성 전체가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의 평균을 말한다. 청년들의 취업난과 주택 가격 폭등은 초혼 연령을 늦추고 있다. 결혼이 늦어질수록 가임기가 정해져 있는 여성의 출산은 자연스레 줄어들  밖에 없다. 최근 불고 있는 비혼 바람도 출산율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금껏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출산 후에 여성이 겪는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잘못된 진단에 잘못된 처방이 나온 것이다.


남녀 초혼연령 변화 추이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은 당대 최고의 통계학자 18명을 모았다. 전투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3년간 전장에서 돌아온 전투기가 맞은 총탄 자국의 분포를 조사했다. 어느 부위에 철갑을 보강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조사 결과 날개에 피탄 자국이 가장 많았다. 날개에 철갑을 보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통계학자 아브라함 월드는 유독 엔진이 있는 앞 부분에 총알 자국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투기가 엔진에 총을 맞을 경우 어김없이 추락했고 기지로 돌아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눈 앞에 보이는 현상만 보고 완전히 틀린 결론을 내릴 뻔 한 것이다. 사회과학에서는 이를 ‘생존 편향’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모든 저출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이미 아이를 낳은 엄마들의 불만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출산을 포기한 부부는 저출산 정책에 침묵한다.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한 남녀에게 저출산 정책은 먼나라 얘기다. 정작 아이를 낳아줘야 하는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이들을 위한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이미 아이를 낳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효과적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타깃은 아니다. 한국은 결혼하지 않으면 출산도 하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정부가 결혼의 허들을 낮추는 것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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