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6. 언더우드관
낮과 밤의 경계에 서다.
해 그림자 기울어 밤의 조류에 침식될 냥이면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서는 것이었다.
세상은 낡은 팔렛트와 같아서
낮의 오색은 섞이고 섞여 저채도의
밤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낮의 소리는 어둠 뒤에 숨을 죽이고
비로소 밤의 소리가 볼륨을 높인다.
풀벌레 소리가 오케스트라를 벌이고
나방의 날개짓 소리가 뒤따라오면
그제서야 밝아오는 어슴푸레.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몰랐던 가로등.
낮엔 보이지도 않던 벌레들의 장엄곡.
그제야,
다른 세상에 들어선것을,
나는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