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관한 생각
매장이나 가판대에서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Joyeuses fêtes'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어딜 가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샹젤리제는 불어로 Champs Elysees '엘리제의 언덕'을 말하며 그리스 신화 속 영웅들의 안식처를 의미한다. 왕의 안식처였던 튈르리 정원, 루브르 궁전까지 연결된 샹젤리제는 사실 루이 14세가 귀족들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하여지었던 베르사유 궁전을 가기 위한 메인 도로로 만들어졌다. 튈르리 정원, 베르사유 궁 정원사 르 노르트가 설계하였으며 지금처럼 대로가 된 것은 나폴레옹 3세 때 오스만 시장의 도시 계획 일환으로 정비되었다. 개선문에서부터 콩코드 광장까지 약 2km에 달하는 거리로 명품 부티크, 고급 레스토랑, 백화점, 공연 전시장은 물론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 궁까지 만날 수 있다.
샹젤리제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오 샹젤리제'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데 그만큼 화려한 부티크들과 다양한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7월 14일 혁명기념일에는 프랑스 공군, 육군, 해군의 군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주요 행사장이며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결승점이기도 한 샹젤리제에서는 매해 크리스마스와 새해 전야 일루미네이션 행사를 진행한다. 딱 자정에 시작하는 일루미네이션 행사를 보기 위하여 몇 시간 전부터 추위와 화장실도 참으며 기다리곤 하였는데 올해와 작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모두 취소가 되었다. 무엇보다 파리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마켓 또한 3년째 취소되어 더욱 아쉽다. 내년에는 다시 열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아쉬움을 대신해보지만 지나간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체감하는 요즘이다.
샹젤리제를 따라 길게 펼쳐진 마켓에서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크리스마스 장신구부터 장갑, 양말, 모자 등 연말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도 딱 좋았다. 달콤한 크레프와 막 나온 추로스, 따뜻한 방쇼는 물론 꼬릿한 라클렛 치즈 냄새에 절로 지갑이 열리곤 하였다. 친구들과 함께 군것질 거리를 들고 근처 작은 공원에 앉아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기약 없는 추억 속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때 소중한 추억 속에서 현재를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다. 만약 내년에 마켓이 다시 오픈하면 더 재밌게 즐겨야지 상상도 하고 말이다. 오늘 또한 내일의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야지 다짐해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