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프랑스 워킹홀리데이_구직
대학 졸업 후 친구들 따라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스터디며 고시 준비며 남들 한다는 건 다 찔러보았지만 그저 안일했던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다. 그러다 2014년, 프랑스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프랑스 하면 괜히 있어 보였고 그 선택으로 부족한 내 모습을 덮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심 후 가장 큰 고민이었던 일 찾기. 프랑스 학위도 없고 심지어 불어도 못하니 당연히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이전 도슨트 경험을 살려 여행 가이드를 해보고 싶은 욕심에 부지런히 현지 여행사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을 리 만무했다.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사실 마음 한편에는 어떻게는 되겠지 하는 막연한 낙관주의가 자리 잡고 있어 워홀 준비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좋아하는 파리 여행책 작가님이 현지에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이드가 안된다면 작가 보조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사실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덜컥 답장을 받아 어쩌다 파리에서 만나 뵙게 되었다. 시작이 좋다며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하필 지하철 연착으로 첫날부터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해버렸다. 다행히 작가님이 편하게 대해주신 덕분에 그나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여행책 정보 업데이트 업무를 권당 300유로 페이로 맡게 되었다. 하지만 급하게 음식을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라고 아무 준비 없이 일을 시작하니 금세 덜컹거렸다. 일주일이면 보통 한 권을 마칠 수 있는 일이 컴맹인 나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다. 종일 붙잡고 있어도 일은 진척이 없었고 결국 한 권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이번 일도 끝나고 말았다.
파리에서 첫 실직 후 다시 부지런히 한인 커뮤니티에서 구인 글을 찾았다. 만약 일을 찾지 못한다면 매일 루브르 박물관이나 가야겠다 마음먹고 연간 회원권도 끊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을 무렵, 지원했던 여행사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드디어 가이드 면접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나가 약속 장소에서 대기했는데 다행히 면접 순서가 마지막이라 더 여유가 생겼다. 여행사는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작지만 내실 있는 회사로 손님이 점점 많아져서 새로운 가이드를 뽑는다고 하셨다.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인 만큼 그날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태도로 면접에 임했던 것 같다.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같은 날 저녁, 마침내 합격 연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