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공강 시간이면 늘 가까운 카페에 간다. 그곳에서 쉬는 순간은 정말 꿀맛 같다. 세 타임 이상 연속으로 수업을 하고 나면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 버리는 듯하다.
그럴 때 단 한 시간 만이라도 카페에 앉아 카페인을 마시며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다시금 회복되는 기분을 느낀다. 마치 에너지가 거의 방전되었다가 아이템 하나 획득하면 에너지가 가득 채워지는 오락 게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내게 몇 달 동안 변화가 일어났다. 창업을 하게 된 것이다. 창업을 하면서 기존에 하던 수업을 격일로 옮겼더니 도통 카페 갈 시간이 나지 않았다. 또한 다른 격일은 창업한 곳에서 온종일 근무를 한다. 창업한 곳은 아무래도 카페처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분명 수업이 없는 시간은 나만의 힐링 타임을 갖는 것인데도 왠지 마음이 불안하고 릴랙스가 잘 안 된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4시간 공강이어서 카페에 왔다. 역시 예전 그대로의 평안함을 맛본다. 카페는 일과 집 사이의 제3의 공간이다. 제3의 공간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이곳에서 무념무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좋고, 정신없이 글을 써도 기쁘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도 나쁘지 않다. 단 혼자 와야만 가능하다. 업무나 수다를 떨기 위해 오는 카페의 공간은 제3의 공간으로써의 역할은 미흡하다.
광속과 같은 빠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울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으면 삶의 또 하나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