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말한 안중근 의사님의 고백이 내 마음과 같았을 때가 있었는데 큰 일을 앞두고 나니 책 읽기는 금방 떨어져 나가 버렸다.
큰 일은 다름 아닌 창업이다. 동네 열 평 남짓한 공간의 퍼스널 트레이닝 연구소를 열었다. 퍼스널 트레이너가 십중팔구 열망하는 최종 노후 대비 재테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창업하고 다섯 달을 맞았다. 처음 석 달은 정신없이 보냈다. 넉 달이 지나니 정신이 돌아왔다. 다섯 달을 맞았을 때는 정신이 너무 많아졌다.
직업 특성상 오전과 오후 외의 시간은 외로울 정도로 한가하다. 날씨가 너무 좋은 요즘은 상담조차 뚝 끊겼다.
처음 며칠은 너무 좋았다. 그동안 못했던 개인 업무를 보고,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나름 의미 있게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달력에 표시된 월세 납부일을 보게 된 것이다. 처음 석 달은 월세 걱정 안 하고 잘 냈다. 그런데 넷째 달부터 월세의 압박을 받았다.
이번 달 재등록은 한 건이고 신규 회원은 전무다.
월세는 지난달 수익에서 차감해서 간신히 막았다. 코로나 19의 한 중심에서 자영업자들의 절규가 백분 이해가 되었다.
소설가 김훈은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밥벌이를 위한 것이 일 순위라고 했다. 그리고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표현까지 썼다.내게도 밥벌이는 그 어떤 것 보다 최우선 순위다. 그래서 글쓰기와 책 읽기는 순위에서 밀려 나 버린 것이다.
처녀비행은 누구나 서툴고 어렵다. 푸른 창공을 거침없이 날게 될 그날을 꿈꾸며 일과 글쓰기 그리고 독서의 균형을 다시금 잡아 보고자 한다.
예전처럼 마음 편하지는 않겠지만 글과 독서가 밥벌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성장이 아닌 증명할 때이다. 삶으로 증명해야 한다.
율곡 선생님도 ‘자경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앉아서 글만 읽는 것은 쓸데없다. 독서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일이 없으면 그만이겠지만, 일이 있을 땐 옳고 그름을 분간해서 합당하게 처리한 뒤 글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