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아영 Dec 01. 2019

"엄마 뭐든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사랑하는 아들에게

하루 중 가장 지난한 길을 걸을 때는 언제일까.

우습게도 출근길.

집을 나와 지하철역까지 걷고 또 지하철역을 나와 일하는 곳까지 걸을 때.

이런 기분, 이런 상태로 일하는 것이 맞을까.

주말 지나가는 말로 첫째에게 물었다.


"엄마 회사 그만두면 어떨까?"

8세 첫째는 "왜?"라고 물었다.

"그냥... 회사 그만두면 같이 오래 있을 수 있을텐데. 오래 다니니까 힘들기도 하고."

아이가 무심하게 말했다.

"엄마, 뭐든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웃고 말았다.

언젠가 내가 네게 해줬던 말을 이렇게 돌려주는구나.

드리블을 잘 하지 못해도, 잠수하는 게 무서워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한 거야.


지난주 야근을 끝내고 들어갔을 때는 현관 앞에 색종이가 잔뜩 놓여 있었다.

분홍색, 민트색, 하늘색 엄마가 좋아하는 색만 골라서 꽃을 접어놨다.

4세 둘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주황색 색종이에 상형문자를 그려놨다.

분홍색 꽃 속에 들어있는 편지를 펴 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엄마, 수고했어. 그리고, 엄마 사랑해!"



수고했어,라니.

그리고 를 적고 쉼표를 찍고 느낌표를 찍었을 꼼꼼한 첫째를 생각하니 또 울컥했다.


일이 바뀌고 적응 중이던 지난달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처리해야 했던 날이었다.

겨우겨우 일을 마치고 밤 9시쯤 됐을까.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기운이 다 빠진 게 목소리에 티가 났을 터.

남편 목소리 대신 첫째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라는 내 목소리를 들은 첫째는 이렇게 말했다.

"왜? 엄마 힘들어?"


언제 엄마의 기분을 알아챌 수 있는 아이가 되었나.

"응, 엄마 오늘은 좀 힘드네."

"엄마, 힘내."


나는 다른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고마워.


오늘도 야근 중.

아침에 나오기 전에 독서노트 쓰기로 한 내용이 궁금해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긴손가락사우루스 공룡이 조금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다른 공룡들과 같이 놀지 못하다가

함께 바깥 세상 구경을 하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는 이야기.


아이는 이렇게 썼다.

"아무리 작은 공룡이라도 착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다 함께 나가야 안전하다."


그래, 아이야. 네 말이 맞다.

뭐든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고 작은 존재일수록 착하게 대해줘야지.


아이들을 낳고 자주 해주려고 애쓰는 말이 있다.

"엄마는 너희들이 태어나고 훨씬 좋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해. 고마워. 고마워 아들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