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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든 Aug 24. 2018

[책리뷰]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1 - 관중

동양 최초의 시장주의자(?)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임건순 작가의 책.

철학알못인지라. 동양철학 강연을 듣기에 앞서 입문서로 읽기 위해 구매했다.

익숙하게 들어온 공자, 맹자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노자, 장자(를 물론 1도 모름)의 이야기가 아닌.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이야기다.

간단하 않은(그냥 철학도 아니고 동양철학ㄷㄷ)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쉽게 쓰여있다.

각 사상을 주창한 인물 중심으로 챕터가 나뉘어 있어,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든 생각을 정리해 놓는다.


 관중 (? ~ BC.645)

첫 챕터는 제나라의 관중.

제나라의 재상으로, 제나라를 부유한 패권국가로 만든 사람이다.

이 사람은 실용주의자다.

실용주의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진행함에 있어서 이런저런 고민 없이 오로지 목표 달성만 생각하는.

아주 실용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실용주의라고 부르는 것 같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속담이라고 할수있다.

어떻게든 서울만 가면 된단다.

궁금하다. 어떻게든 서울에 가는 게 왜 중요했을까?

글 내용과 무관함.
돈 벌러.


당연히 돈 벌러 가는 거지.

실용주의를 자본주의 사회의 문장으로 표현하면 아마.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가 아닐까.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이익만 추구하면 된다는. 그리고 나중에 잘 하면 된다는. 뭐 그런말인데,

천박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가치판단의 경계마저 희미해져 버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돈만 쫒는 행위는 오히려 명확하고 솔직해 보이기도 한다.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게 되고,
입고 먹는 것이 족해야 예절을 알게 된다.’

관중은 철저히 실용주의적인 방식으로 제나라를 통치한다.

부유한 국가가 곧 강한 국가라는 생각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백성들을 부유하게 하는데 집중한다.

그 결과 제나라는 춘추전국시대의 첫 패권국가가 된다.


그런데,

원맨팀이 한계라고 해야할까.

제나라는 관중이 죽자마자 부정부패와 권력다툼으로 몰락한다.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 중 한쪽에만 비중을 둔 상태에서,

그 불균형을 유지해주던 구심점이 사라지니 순식간에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게 누구 얘기라고? 글쎄...


이건 무려 2500년 전 중국의 어느 나라 얘기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얘기가 절대 아니다.

근데 솔직히 어느 쪽 얘긴지 헷갈린다.


참트루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다.

재물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의 본성이었고,

사농공상이니, 도덕이니, 윤리니 따위를 들이밀면서,

돈 버는 것이 천박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실용주의는 좋은 것이고, 돈도 좋은 것이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방향성 없는 실용주의.


결국 물질만능주의고, 천민자본주의랑 같은 말이다.

요즘은 서점이든 SNS든 어디든 돈 얘기뿐인 것 같다.

‘돈의 비밀’을 알려준다며,

돈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 부자가 되자고 한다.

(말은 맞는 말이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부자가 되려면, 마지막엔 금융이다.)

부자로 가득 찬 부자 대한민국 좋다.


근데 궁금한 것.

부자가 된 다음엔 뭘 하지?

집 사고, 차사고, 땅 사고, 건물 사고, 세계일주까지 다녀온 다음엔?


물론,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일단 부자가 되고 나서 해야 한다.


관중도 같은 생각 아니었을까?

제나라는 사라졌다.


2편에 계속

[책리뷰]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2 - 안영



사족.


‘군주가 백성을 아끼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들을 쓰기 위해서다.’

<관자>


관중은 자신의 실용주의적 통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목민’ 즉, 백성을 가축 기르듯 길러야 한다고 했다.

이용하기 위해 안전과 부를 준다는 것이다.

현대의 기준으로는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한국에 사는 평균적인 사람들의 목표가 거창한 집, 차, 땅, 건물, 세계일주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대신 끊임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 가운데, 내 한 몸이라도 건사할 수 있길 바라는 것.

‘삶의 안정’이 더 우선적 요구인 것 같다. 그거부터 돼야 뭔 부자가 되든가 말든가 하지.


내가 이 말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족. 그리고 그냥 생각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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