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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Oct 31. 2018

[니바인] 저는 등산만 할 건데요? 문화재관람료 갈등

2018. 10. 31. by 니바인


"저는 등산만 할 건데요? 문화재관람료 갈등 "
by 니바인

1. 이슈 들어가기 

요즘 같은 가을철이 되면 단풍을 구경하고 청량한 산내음을 맡기 위해 많은 이들이 각지의 산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산 입구에 들어서게 되면 우리는 으레 입장료 형식의 돈을 내게 되는데요. 이 입장료를 국립공원 입장료라고 알고 계신 분들도 많지만, 사실은 산에 소재한 사찰에 대한 문화재관람료입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지요. 이 문화재관람료 때문에, 행락객이 빈번한 지금 오래 해묵은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사찰을 보러 갈게 아닌데 왜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일어났는데요. 오늘은 이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이슈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2. 이슈 디테일

왜 가지도 않을 사찰 입장료를 내야 합니까?

국립공원 등 유명 산을 찾는 탐방객들은 입구에서 '입장료'를 강요받을 때마다 기분이 상한다. 산에 들어가려면 문화재 관람료를 내라는 것인데, 오로지 등산 목적의 탐방객이라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재를 관람하거나 사찰 방문 계획이 없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잦다. 이들의 주장은 절에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당한 돈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등산철이 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문화재 관람료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등산객과 사찰 방문객을 구분해 무차별적인 징수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문화재 관람료를 사찰 입구에서 받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3월 이후에만 15건이 올라왔다. 등산객들은 '국립공원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반면, 사찰 측은 문화재 유지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재원이라고 맞선다.

국민청원을 추진하는 김집중 종교투명성센터 사무총장은 "모든 국민은 세금으로 관리되는 국립공원을 자유롭게 통행할 권리가 있는데, 등산객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강요하는 지금의 방식은 크게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180422/연합뉴스] "산에만 가는데 왜 받나" 문화재 관람료 폐지 국민청원(종합)


사찰들은 방대한 문화재를 유지·관리하고 주변 탐방로 정비, 문화재 보존 등을 위해서는 관람료 징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재 관람료가 일종의 '통행세'처럼 징수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갈등을 빚는다.

가을 단풍철 한 달간만 문화재 관람료(성인 2천원)를 받는 덕유산 안국사는 매표소를 사찰 입구가 아닌 산 중턱 천일폭포 앞 도로에 설치했다. 이 때문에 안국사를 들르지 않는 등산객들도 무조건 관람료를 내야 한다. 특히 탐방객이 많은 시기에만 관람료를 받기 때문에 불만이 상당하다. 그러나 안국사 측은 "천일폭포 일대도 사찰 소유지라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리산 성삼재 주차장에서 노고단을 오르는 탐방객들도 무조건 천은사 측에 자연공원법에 근거한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성인 1천600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에 반발한 강모씨 등 74명은 2010년 12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천은사와 전남도를 상대로 통행방해 금지 등 청구 소송을 제기, 대법원 상고심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법원 "도로 부지 일부가 천은사 소유라 해도 지방도로는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된다"며 "강씨 등 원고 각자에게 입장료를 돌려주고,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지난해에도 박모씨 등 105명이 동일한 소송을 제기, 같은 재판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천은사 측은 "정부가 우회도로가 있음에도 관광 목적으로 천은사 소유 토지를 무단 점유해 도로를 만들었고, 입장료는 도로 통행료가 아니라 문화유산 보호와 관련된 비용"이라며 입장료 징수를 고수하고 있다.

[180828/연합뉴스] "등산만 하는데 문화재관람료 내라니"…등산객들 사찰측에 분통


국립공원 입장료부터 문화재관람료까지..

국립공원들은 1970년 국립공원입장료를 징수하기 시작하면서 징수상 편의를 위해 그 전부터 받고 있던 문화재관람료와 통합했다. 법적 근거와 관리 부처가 다른 문화재관람료와 국립공원입장료를 함께 징수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1997년 일부 국립공원들에서 자체적으로 분리징수를 시도했다. 그러나 사찰 측이 산문을 폐쇄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면서 결국 분리징수는 실현되지 못했다.

결국 문화재관람료 통합징수는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2006년 2월 제기됐다. 당시 청구인들은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 없이 단지 국립공원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에게 내소사, 신흥사, 천은사, 화엄사 등에 문화재 관람료를 내도록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2007년 1월1일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를 폐지하자 헌법재판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며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각하했다.

결국 통합징수 상태에서 공원입장료 폐지로 문화재관람료만 남게됐고, 사찰들이 기존에 통합징수 하던 시설에서 그대로 문화재관람료를 받게 되면서 국립공원 방문객들과 사찰 간의 갈등은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180603/뉴스1]'늘어나는 국민청원' 해묵은 문화재관람료 이번엔 해결될까


사찰과 불교계의 입장은?

국립공원 내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국민의 여가와 편익을 증대한다는 이유로 전국의 명찰이 포함된 자연환경이 우수한 지역을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국립공원에 포함된 사찰 토지는 전체 공원 면적의 7.2%(약 8458만평)에 달한다. 심지어 영암 월출산, 정읍 내장산, 합천 가야산 국립공원의 경우 해당 공원의 약 40%가 사찰소유 토지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정부로부터 토지이용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다만 정부는 국립공원입장료에 포함된 문화재관람료를 대신 징수해 사찰에 건네주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2007년 환경부가 불교계와의 상의 없이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문화재관람료만 남긴 채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했다. 이때부터 사찰 곳곳에서 문화재관람료 징수논란이 불거졌다.

물론 국립공원 탐방객들에게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이 부당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의 상당수가 사찰의 토지와 숲이고, 그곳의 문화재와 자연문화환경을 조성해온 것은 해당 사찰이었다. 그런 점에서 사찰경내지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전통사찰을 중심으로 한 재산권 및 문화재 보호에 적절한 비용을 제공하고, 사찰도 국민 여가와 편익을 위해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않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종단과 관계기관, 시민단체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80409/법보신문] 문화재관람료 받는다고 ‘산적’인가


간단하며 분명하다. 공공필요로 사찰의 종교재산에 대한 규제를 계속 하겠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사찰로 하여금 직접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여 피해를 일부분 보전하게 하는 것은 편법일 뿐이다.

문화재사찰, 전통사찰, 국립공원 및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사찰의 부지는 국민 대다수가 일상적으로 탐방하여 그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향유하고 있는 곳이다. 그 이용률은 단순히 이용자 부담원칙을 거론할 수준을 넘어섰다.

그래서 다수 국민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문화재관람료제도를 대체하는 국가보상 방법을 이제 정부가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국립공원, 도시공원, 전통사찰 지정에 따른 각종 규제에 대한 보상대책을 수립해 달라는 것이다.

[180709/불교신문] 문화재구역입장료 대체하는 국가보상 방법 정부가 강구하라



3. 필진 코멘트 

씁쓸하게도 결국 어딜 가나 문제는 ‘돈’인 듯합니다. 사찰을 보러 산에 온 것이 아니라는 사람들과 사찰도 엄연히 산의 일부라는 불교계의 입장 모두 특별히 모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모쪼록 누구도 불편하지 않도록  뾰족한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by 니바인

anpur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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