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2
생각보다 우리는 우리와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까운 사람들보다 더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것 같다.
얼굴을 마주한 '익명성'이라고 할까?
같은 공간에 마주하며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순간 만큼은 말하는 만큼, 나는 내가 된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말하는 사실만 내가 되는 세상. 그런 맥락에서 나는 소셜 커뮤니티를 즐긴다.
적당히 나를 표현하고, 나를 이해하는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정의한다.
처음 소셜커뮤니티를 접한건 서른살의 겨울이었다. 페이스북에서만 보던 모임을 회사 근처 공간에서 마주했다. 여섯 번의 모임. 이십만원. 그리고 열명의 사람들. 내가 마주한 소셜 커뮤니티의 첫 시작이었다.
'열정에 기름붓기.'
매 번 모일때 마다 새로운 내가 정의되었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앞으로 되고 싶은 미래의나 까지. 과거에 내가 꿈꿨지만 되지못한 나부터, 지금의 나의 고민거리, 더 나아가 내가 꿈꾸는 목표까지. 주위 친구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겐 부끄러워서 차마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바로 이 장소에서는 말 할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사진작가가 되기도 하고, 야망가가 되기도 했으며, 어느 순간 게임을 운영하는 딜러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경험과 즐거움이 쌓였고, 나 또한 내 이름을 걸고 나만의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찾아왔다.
2020년 2월 시작된 사람 사이의 단절.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즐거움이 사라지자 나에게는 너무 큰 공허함이 되어 다가 왔다.
회사 집 회사 집. 그리고 공포.
사람을 만날 수도 없었고, 모임을 가질 수도 없었던 나에게, 그당시 관계를 맺었던 소셜 커뮤니티의 멤버들과의 대화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렇게 일주일, 한달, 일년이 지나도록 눈 앞에 안개는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유튜브 속 스트리머의 영상을 보면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대리만족하고 있었고, 그렇게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점점 잊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회사에서 코로나로 한정적인 인원을 모집하는 소규모 청음회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와중에 알게된 곳이 바로 넷플연가였다. 주최자들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모임을 만들어 간다는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나도 저 수 많은 모임 중 내 이름을 걸고 모임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하나 둘, 모임에 참여하다보니, 어느것 나도 한명의 주최자가 되어있었다. 장정 3년만에 내 이름을 걸고 시작한 모임은 쉽지는 않았다. 모객부터 모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 곳에서의 내 일상 속 나와는 다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의 인간관계는 나를 새롭게 정의했다. 용감한 나. 더 노력하는 나.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나.
지금도 진행형이다. 다른 모임장을 만나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고 있다. 나와 방향성은 다르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과 만난 다는 건 아주 큰 기회이자 축복이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는 곳.
적절하게 가벼운 관계 속에서 책임감과 부담감은 내려두고.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
특히 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이곳에서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