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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 Jan 14. 2021

행복의 비결, 사분면으로 이해하기

이러나저러나 특별한 착각(!)이 답이다.

via unsplash @nate_dumlao

우리는 대체로 행복하고 싶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이나 시기가 있고 어느 정도의 감내는 가능하지만, 웬만하면 행복한 감정을 지속해서 느끼며 살고 싶다. 최근 나는 행복에 관해 생각하다가 좀 엉뚱한 발상을 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대체로 행복하고 좋은 감정을 지속할 수 있을까?



행복의 사분면을 그려보자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래프를 하나 그려보았다. 그래프의 x축을 사건의 행복도(이하 행복 사건), y축을 인지된 행복도(이하 행복 인지)로 생각해보자. 높고 낮음 정도에 따라 4개의 사분면이 생기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오수

행복 사건 높음, 행복 인지 높음 - 순전한 행복

행복 사건 높음, 행복 인지 낮음 - 그게 뭐 대수야

행복 사건 낮음, 행복 인지 높음 - 정신승리

행복 사건 낮음, 행복 인지 낮음 - 인생 왜 이래


하나씩 예시와 함께 살펴보자.


1. 순전한 행복 (행복 사건 높음, 행복 인지 높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행복하고 좋은 일이 있고,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나의 경우 지난 7월에 퇴사를 예정하고 데이터 분석가 교육과정에 지원했는데,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이렇게 행복했다. 그렇게나 기뻤던 이유는 빡센 서류전형이나 면접을 열 배는 뛰어넘는, 파이썬 코딩테스트라는 관문을 잘 통과했기 때문이다. 4시간 분량의 강의를 주말 동안 빠르게 들으며, 하나도 앞이 보이지 않던 문제를 조금씩 풀어나갔을 때의 쾌감,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반영되어 합격이 되었을 때 느낀 기쁨은 찐이었다.


2. 그게 뭐 대수야 (행복 사건 높음, 행복 인지 낮음)

굉장히 기쁘고 좋은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까지 기쁘지는 않다.

작년에 약 3-4개월을 준비하여 댄스 공연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일을 병행하면서 거의 주 5일 이상을 연습하는 일은 매우 고됐지만, 그만큼 느는 것이 보여 신기하고 보람찼다. 근데 막상 대망의 공연 날, 가족과 친한 친구들을 초대하여 공연을 마친 후에는 엄청 큰 성취감이나 감동을 느끼지는 않았다. 어떤 친구는 며칠이 지나도 감흥이 가시지 않는다는데, 별 느낌 없는 게 좀 억울하다 싶기도 했다. 아마 과정 자체에 많은 에너지와 느낌을 쏟아부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3. 정신승리 (행복 사건 낮음, 행복 인지 높음)

어떤 일이 좋지 않았어도, 행복 인지가 높은 경우. 흔히 말하는 정신승리가 해당된다.

원하던 회사의 면접에서 탈락했을 때, 원하던 집에 가계약금을 내려는데 한발 늦었을 때 등을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 흔히 쓰이는 정신승리 메커니즘은 '더 좋은 데 가려고/더 좋은 집 구하려고 이번 기회를 잡지 못했네!'다. '나 같은 동료를/세입자를 놓치다니. 그쪽 정말 운이 없군!'이라고 생각하는 방법도 있다. 어찌 됐든 나의 미래나 자존감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애쓰는 부분이다.


4. 인생 왜 이래 (행복 사건 낮음, 행복 인지 낮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행복하지 않은 혹은 불행한 상태를 의미한다.

가족 구성원이 크게 아팠을 때, 그걸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이 상태였다. 당장의 정보가 충격적이면서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전망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도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일상 속에서 약간 좌절스러운 일 때문에 '힝'하는 일은 많다.



모든 경우의 행복도를 높이려면

아주 쉽다. 결국 행복도라는 건 '인지된' 행복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사건이 행복하든 그렇지 않든 인지된 행복이 높으면 된다.


ⓒ 오수


사건이 행복하지 않아도 인지를 다르게 해서 '인생 왜 이래'를 '정신승리'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 즐겁고 행복한 일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대신 스스로와 주변에 더 많이 축하하고 칭찬하며 '순전한 행복'으로 끌어올리는 것. 이 두 가지가 가능하다면, 지속가능한 행복감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 작업에 필요한 것은 아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상황이나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살짝 '착각'을 하는 것이다.



착각이 행복의 명약이 될 때

수년 전에 긍정심리학 관련한 어떤 프로에서 이런 말을 보았다. 행복한 사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황이나 사람에 관해 덜 정확하게 생각, 즉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때 착각은 긍정적인 착각으로, 실제 어떤 상황이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다 좀 더 좋게 본다는 것이다. 


예로, 도화지에 손가락 하나가 없는 손을 그려 다섯 살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10년 후 이 손가락이 어떻게 될까?”라고 물으면, 어떤 아이들은 “손가락이 자라나요!”라고 대답한다. 연구 결과, 손가락이 자란다고 답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IQ가 높았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과 세상에 대해 약간의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고도 한다.


정신승리라는 말은 다소 자조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지만, 사건 한참 후의 정신적인 활동으로서의 정신승리보다 사건이 인지되는 시점에 빠르게 수행하는 긍정적 착각은 삶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힘들고 팍팍한 요즘이다. 가만히 현상만 직시하다 보면 마음이 자연스레 쏠리는 방향은 있지만, 답은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안다. 마음의 면역체계를 믿고 더 적극적으로 착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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