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혼자가 되신 지 10년이 넘으셨다. 내가 초등학생 때 증조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이후로는 쭉 혼자 지내셨다.
이 동네에서 유일한 노인부부가 있는데 맨날 싸우신다. 조금 게으르신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밭을 갈자고 하면 하기 싫어서 투정을 부리시다가 결국에는 싸우신다. 내가 그 옆집 할머니네 놀러 갔을 때도 마당을 나오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면서 싸우셨다. 10분 뒤 할머니가 겨우 달래서 밭을 같이 가는 작업을 하신다. 두 분이 그렇게 싸우셔도 한 편으로는 ‘저 할머니는 혼자가 아니라서, 저 할아버지는 혼자가 아니라서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싸워도 혼자 외로이 있는 것보다는 둘이 더 좋겠지?
여기에 있는 동안 할머니의 지인인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서 배에 담석이 생겨서 밤에 배가 아파 급히 응급실에 가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그 얘기를 들으시고 남일 같지 않으신지 나에게 “내가 혼자 여기 있다가 죽으면 아무도 모를 텐데, 어쩌나.. 누구라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나…”라며 말끝을 흐리셨다. 모든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그러하듯 우리 할머니께서도 혼자 맞이할 수도 있는 죽음을 두려워하시는 것 같았다. 그 얘기를 들으니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다. 혼자 계시면서 잠들기 전에 그 밤이 평안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는 그 마음. 자식들 중에 한 명이라도 근처에 살면 좋을 텐데 우리 엄마를 비롯한 5남매는 모두 충청도에 산다.
전화로라도 할머니의 안부를 물어야겠다고 느꼈다.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할머니한테 전화 한 통 해본 적 없었다. 심지어 할머니 전화번호도 몰라 안동에 내려오기 전에 엄마한테 물어봤다. 할머니한테 따뜻한 통화 한번 여태 해보지 못한 게 미안해졌다. 이제라도 느꼈으니 할머니 살아 계신 동안에 안부 전화도 자주 드리고, 명절에는 꼭 찾아와 할머니 얼굴도 보러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