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130명, 150명, 170명. 달력이 한 장씩 넘어갈수록 와디즈에 입사한 사람이 늘어났다. 사람은 점점 많아지는데 공간은 그대로였고, 앉을자리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때마침 옆 사무실이 나가게 되었다. 4층 전체를 우리가 쓸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다. 대표님께서 디자인팀에게 미션을 주셨다. 미션명 와디즈 오피스 리뉴얼!
내가 공간 프로젝트를? 처음에는 막막했다. 실제로 공간과 관련된 업무도 처음이었다. 공간 안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공간이 주는 매력과 힘도 알지만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오피스를 리뉴얼하는 건 브랜딩의 일환이기까지 한데.
약 400평짜리의 넓은 공간을 다 바꾼다고? 어떻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일정은 늘 그렇듯 촉박했다. 하루가 지나면 늘어나는 입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2달이라는 데드라인이 주어졌다. 4년차 풋내기 디자이너에게는 매우 큰 도전이었다. 그래서 더 멋지게 잘해내고 싶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삐까뻔쩍한 와디즈 오피스를 만들고 싶었다!
담대한 포부를 갖고 시작한 와디즈 오피스 리뉴얼 과정은 예상했듯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난생처음 공간을 만들면서 느꼈던 3가지의 교훈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번째 교훈,
오피스는 일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였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공간’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퀄리티가 좋은 사무가구가 세팅되어 있는 공간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와디즈인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무공간이 갑갑한 느낌이 드는데, 집중업무공간과 휴게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인원이 많아질수록 미팅 공간과 휴게 공간이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어요”
“와디즈답게 좀 더 생동감과 활력이 넘쳤으면 좋겠어요!”
“내가 와디즈에서 일하고 있구나-하는 소속감과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외부 손님들에게 좀 더 와디즈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해보니 리뉴얼 전의 오피스는 와디즈인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공간이 아니었다. 불편한 점이 많았고, 와디즈의 아이덴티티를 느끼기도 힘든 곳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일을 잘 할 수 있는 공간’의 윤곽을 그렸다. 와디즈인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필요를 채워주는 공간, 와디즈라는 브랜드를 가까이서 느끼고, 자부심을 느끼는 공간이라는 선이 그려졌다.
다음 문제는 이 선 안을 채우는 일이었다. 인터뷰를 하고 나니 공간 안을 단순히 예쁘고 세련된 것으로 채우기보다 이 공간을 실제로 사용할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디즈인의 일상이 담긴 공간, 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이유이자 목표였다.
이번에 리뉴얼 해야 할 공간은 크게 3군데였다. 영업직군, 사무직군이 함께 일하는 Trust center와 개발직군이 일하는 Challenge center, 그리고 공용 공간으로 쓰이는 Culture center. 공간마다 목적이 다르고 쓰는 분들의 니즈가 달라서 고민이었지만 그 중 가장 고민은 컬쳐센터였다.
컬쳐센터는 와디즈 스쿨 등의 교육 공간, 외부인들과의 미팅 공간,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업무를 하고 싶을 때 찾는 리프레쉬 공간이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실제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해보니 와디즈인의 수와 스쿨의 규모는 늘어나는 반면 테이블 등 가구의 배치가 효율적이지 않아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 못했다. 또한 공간의 전체 톤이 예전 브랜드 컬러였던 네이비 컬러 위주였고, 가구의 톤과 배치 역시 수직적인 느낌이 강해 와디즈인이 원하는 리프레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컬쳐센터를 전면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먼저 한정적인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먼저 창가 쪽으로 계단식 좌석을 만들어 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천장을 모두 오픈해 시각적으로 확 트여보이도록 했고, 기본 사무실 조명을 타원형 조명으로 바꾸고 수를 늘려 공간을 더욱 밝고 환하게 만들었다.
컬쳐센터를 방문한 와디즈인이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며 리프레쉬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컬러를 어두운 네이비 컬러에서 밝은 미색으로 바꾸고, 묵직한 우드톤이었던 테이블과 의자도 밝은 컬러로 교체해 통일감을 주었다.
컬쳐센터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벽은 강의를 듣거나 미팅을 하러 오는 메이커님들께 와디즈의 첫인상을 나타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와디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동시에 포토존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와디즈민트 컬러로 배경색을 강조하고, 와디즈로고를 선명하게 새겼다.
계단식 의자가 있는 벽면 역시 포인트를 주고자 와디즈민트 배경색을 얹었고, *칭찬 포스터를 걸어두는 벽으로 만들었다. 이 칭찬 포스터를 통해 팀원의 필요를 채우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며, 각자의 무언가를 better 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와디즈의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와디즈에는 매달 임팩트포럼에서 동료의 필요를 가장 잘 채워준 팀원을 선정해 함께 축하하는 문화가 있다. 매달 선정된 팀원의 얼굴과 better message (와디즈에 합류한 이유를 담아 각자 I make ___ better 안의 빈칸을 채운다.) 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한다.)
이렇게 와디즈인의 일상과 니즈를 떠올리며 컬쳐센터를 바꾸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나의 개인적인 소회보다는 이 공간을 직접 써본 동료들의 피드백으로 답변을 대신하는 게 좋겠다.
"저는 우리 회사에서 제일 좋은 복지는 컬처센터인 것 같아요! 사무실에서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데 갇혀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사무실은 내 공간인데 내 공간같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자유롭게 집중하며 일하고 싶을 때 컬처센터에 가서 일을 하면 리프레쉬도 되고 너무 좋아요!"
"임팩트포럼을 할 때 분위기가 기존 커뮤니티에서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기존에는 일렬로 의자를 배치해서 뭔가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컬처센터가 전체적으로 밝고 넓은 느낌에 테이블 배치도 자유로운 형태이고 계단식 좌석에서도 앉아서 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더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