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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anky witch Aug 11. 2016

신간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를 다 읽었다.

아아 해리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아재가 되어 그는 떠나갔습니다.

The End

가 쓰여있는 페이지를 보고도

혹시나 뒤에 짧은 에피소드가 담긴 프롤로그가 있지 않을까

뒷장을 뒤적여보았지만...


"The End"를 끝으로

내가 해리포터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


책 표지와 "The End"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페이지. 진짜 End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 이럴 수가...  나의 6일간의 행복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

책 한 장 한 장, 남은 이야기들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 천천히 읽었는데 결국 끝이 나고야 말았구나...

지하철에서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아 아깝고 아쉬운 책장을 넘기며

펼쳐지는 이야기에 입을 벌려(차마 소리를 내지는 못하며) 경악하고,

변함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에 실실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던 지난 6일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6일간 읽었으니 읽고 난 소감을 6가지로 정리해본다.


(무슨 상관?ㅋㅋㅋㅋ)


알려진 몇 가지 줄거리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스포를 안 하려 노력했지만

이미 읽은 사람이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다.


1.  장 자크 루소- '에밀'의 뒤를 이은 한 편의 '위대한 양육서' 같았다

<해리는 금수저 마법사다. 그래서 부러웠다(글 링크:https://brunch.co.kr/@magic-weirdo/5)>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성장소설이라고 표현했던 적이 있다. 주인공인 해리가 사과같이 상큼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을 때부터 헤르미온느를 빼고는 모두가 역변한 어른이 될 때까지의 성장 스토리를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해리가 자신의 반항 기질 충만한 아들 알버스를 키우면서 겪는 고충이 구구절절 드러나있다. 뿐만 아니라 말포이 역시 아들 스콜피어스를 아주 힘들게 키운다. 해리 포터처럼 위대하고 선택받은 마법사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그대로 답습한다. 아주 골치다. 아들이랑 싸우느라 집안 가구 엉망으로 만들고 엄마인 지니는 둘을 혼내고 달래고.. 현실 세계의 엄마, 아빠 그리고 자녀가 싸우는 모습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2. 초상화일 뿐인데도, 덤블도어는 역시 멋있다

덤블도어는 죽었다, 오래전에 말포이에 의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초상화로 남아있어 해리에게 조언을 주기도 하고, 해리에게 미안하다고 하기도 한다. 무슨 말을 하든, 덤블도어가 하는 말은 멋있다. 심지어 덤블도어가 하는 말마다 빨간펜으로 밑줄을 그어놨다. +덤블도어가 해리를 양육(?)했던 방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까지!!(<해리는 금수저 마법사다. 그래서 부러웠다>에 덤블도어가 해리를 어떻게 보호했는지를 추측했었다)


3. 애들이 다 컸다

해리, 론, 헤르미온느, 말포이가 어른이 된 시점이다 보니, 어린 시절에는 그들 스스로가 느끼지 못했던 삶의 교훈을 이제야 깨닫는 장면이 많다. (그래서 내가 빨간 밑줄을 좀 많이 그어놨다)

가장 마음을 후벼 팠던 장면은 말포이가 나왔던 장면이었다. 자신이 어린 시절 그렇게 꼴사납고 얄밉게 굴었던 행동의 이유와 심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인정한다. 어른이니까.


4.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나오는 캐릭터 모두가 한 명 한 명 사랑스러운데, 그런데... 동시에 너무 안쓰럽다.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말포이고 그랬고, 말포이 아빠 루시우스도 그랬고, 해리도 그랬고, 해리의 아들 알버스도 그랬다.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산만큼 각자 사정이 있다. 그런데 서로 이해를 잘 못해준다. 왜냐고? 아무리 상대의 고통을 공감해준다고 해도 그건 '공감'일뿐이니까. 직접 상대의 삶을 살아본 적 없고, 그럴 수도 없으니까. 그런데도 서로 이해해 보겠다고, 이해받고 싶다고 노력하는 모두가 안쓰럽고 사랑스럽다.


5. 가장 슬펐던 장면

이건 스네이프가 나온 장면인데... 스포가 될까 봐 얘기할 수 없지만...

스네이프는 진짜 의리 있는 남자다! 시크한 척 하지만 마음만은 아기새처럼 여린 남자다.


6. 볼드모트??????????????

이런 '인간적인' 자......



<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가 책으로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마존에 들어가서 가입하고 바로 결제했다.

비행기 타고 나에게 건너온 해리포터♡


매일매일 아마존 쇼핑 앱에 들어가서 어디쯤 오고 있나 멀리 오는 길에 분실되지는 않을까

물가에 내놓은 애 생각하듯 걱정하고 기다렸다.

인천 세관에 도착했다고 떴을 때, 진짜 소리질렀다!!!!


아마존이 밀당하는 법을 아는 걸까.

원래는 8월 8일에 도착한다고 해놓고 3일에 도착했다. 예정일을 5일이나 앞당기다니!!!!!!


(내 동생 왈,  

우리나라 쇼핑몰은 8일에 온다고 하면 9일에 도착하는데ㅋㅋ)


개봉 인증샷!!!!!!!!!!!!!!

마침 외부에서 오전 11시에 미팅이 있어 천천히 출근하던 날 아침 9시경,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국제 배송인데요, 10분 뒤에 댁에 계신가요?"


!!!!!!!!!!!!!!!!!!!!!!!!!!!!!!!!!!!!!!!!!!


내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엄마가 신기한 듯(약간 어이없는 듯) 말씀하셨다.


택배 아저씨가 벨을 눌렀을 때

전속력으로 튀어나가고,

박스를 받아 들고는

너무 기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실실 웃기만 했다.


7월 31일부터 8월 11일까지



아마존에서 결제를 눌렀던 그 날부터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은 오늘까지.

덕분에 너무 행복했었다.


디멘토 100만 마리를 물리칠 수 있을 만큼 진심으로 행복한 기억이 될 것 같다.

아마 내가 패트로누스 마법을 쓴다면,

이 기간의 기억을 떠올리며 "Expecto Patronum"을 외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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