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화장품, 그리고 나
나이 마흔 셋, 생일이 10월이긴 해도 마흔 셋은 마흔 셋이다. 여자 나이 서른과 마흔이 다르고, 마흔과 마흔 셋이 또 다르다. 몇 년 전 방송 출연할 때만 해도 피부 관리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방청객에게 들었다. 그리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지만, 혹시라도 좋아 보였다면 다른 게 아니라 자주 웃고, 많이 움직였기 때문이었을 게다.
3년 전 사무직이 되었다. 움직임은 확 줄고, 큰 소리로 웃을 일 한 번 없이 굳은 자세로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무엇보다 피부가 먼저 소리를 질렀다. 점점 생기를 잃으면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얼굴에서 빛이 사라진 다음에는 그 어떤 좋은 걸 발라도 소용없었다. 여자라면 알겠지만, 여자에게 피부는 나빠지는 순간, 삶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다.
피부는 신체를 보호하는 1차 방어막이다. 피부가 하는 가장 주된 일이 외부 자극에서 신체를 보호하는 일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우리가 쓰는 화장품 대부분은 겉에서 맴돌기 마련이다. 보호를 위해 피부가 단단히 막고 있으니 제 아무리 비싸고 좋은 화장품을 발라도 피부 깊숙이 들어갈 수가 없는 셈이다. 아마 바르는 화장품의 3%만 피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결국 침투율이 문제다. 시중에 나온 갈바닉 이온기기나 MTS 롤러를 이용하면 침투율을 높일 수 있다. 침투율을 높인다고 가정할 때 중요한 건 성분이다. 피부 깊은 곳까지 좋은 성분을 넣어야지, 나쁜 성분을 넣으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참으로 다양한 화장품을 만나봤다. 화장품에 그렇게나 많은 원료가 들어가는지 왜 몰랐을까. 전성분표를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아직 화장품에 쓰이는 원료와 성분을 잘 알지 못하는지라 하나하나 인터넷에서 찾아 읽어보느라 화장품 하나 고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화장품 성분표를 찾느라 많은 블로그를 방문해봤다. 엄청나게 피부가 좋아보인다. 반짝거린다. 뷰티블로거가 소개하는 제품은 다 사고 싶다. 그렇지만 그들은 대부분 20대나 30대, 그 연령대면 회복도 빠르다. 콜라겐이 아직 무너지지도 않았다. 당연히 40대 피부와는 고민하는 내용이 다르다. 그런 거 말고 40대를 위한 화장품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복잡한 거 말고 진짜 좋은 거. 많이 발라도 무해한 거, 시간은 좀 걸려도 쓰고 나면 후회하지 않는 거 말이다.
한국 화장품 시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만큼 기술이 앞서있다는 얘기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쿠션'은 이미 백화점 수입브랜드에서 기술을 전수 받았을 정도다. 잘 몰라서 그렇지, 써보면 깜짝 놀랄 제품도 아주 많다. 피부 깊숙이 들어가도 괜찮은 제품들로 찾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앞으로 직접 써본 화장품 가운데 좋은 것만 골라서 소개해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할 게 틀림없으니까 말이다. 왕년에는 좋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나와 비슷한 연령대 여성들에게 ‘좋은 화장품 권하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말을 건네 본다. 함께 만들어볼까요. ‘화장품 권하는 사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