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말할 수 있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가끔 생각해본다.
생각, 지성, 도구, 사회성, 연대, 공감, 놀이, 상상력, ...
그리고 관계.
인간의 관계에는 최소한의 선 같은 게 있다.
여기까지는 이해하지만,
이 선만큼은 넘지 말라는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그렇고,
상사와 부하 사이도 그렇고,
교사와 학생 사이도 그렇다.
이 선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넘어서면 누구나 견디지 못한다.
더 정확하게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전에 만났던 어떤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저는 학생의 감정 쓰레기통이에요.
이런 제 자신이 견디기 힘들어서
교직을 그만 두고 싶어요."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다.
둘이 얼굴을 빤히 마주보다가 이내 함께 울었다.
그 어리고 앳된 얼굴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켠이 아프다.
이 선생님에게도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게 있었을 것이다.
교사로서 이렇게 살고 싶다는,
학생이 이 정도 말썽부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것은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들다는,
...
부모와 자식 사이도 똑같다.
칼에 살을 베일 때 아프듯이,
말로 마음을 찌르면 아프다.
상사와 부하 사이도
부부 사이도,
동료 사이도,
형제 자매 사이도,
스치고 지나는 작고 소소한 인연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 칼 한끝은 언제나 나를 향하기 마련이기에,
결국 우리는 함께 아프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기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의 자존감도 나의 자존감도 지킬 수 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 모든 이야기를 찬찬히 책으로 쓸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기다린다.